경제·금융 정책

검침일 따라 전기료 2배...‘한전 맘대로’였던 검침일, 소비자가 정한다

공정위, 한전이 일방적으로 검침일 정하는 약관 시정

전력사용 급증기간 나눠 검침하면 누진율 완화 효과

24일부터 소비자 희망검침일 선택...자율검침도 가능

서울에서 부인, 자녀 둘과 사는 A씨는 연이은 폭염경보와 열대야에 지난 달 셋째 주부터 에어컨 사용을 늘렸다. 광주에 사는 4인 가구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7월 중순까지 각 100kwh 남짓이었던 두 가구의 전력사용량은 7월 중순부터 말까지 약 300kwh로 3배 늘었다. 이렇게 두 가구의 전력사용량은 똑같지만 A씨가 부과 받는 전기요금은 13만6,000원으로 B씨의 전기요금(6만5,000원)보다 2배나 많다. 한국전력공사가 정한 검침일이 서로 달라 A씨가 더 높은 누진율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A씨처럼 검침일에 따라 전기요금 부담을 부당하게 많이 지는 일이 없도록 소비자가 검침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오는 24일부터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전력량에 따라 검침일을 조정해 여름철 높은 누진율에 따른 ‘전기료 폭탄’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전이 고객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검침일을 정하도록 한 한전의 기본공급약관이 불공정하다고 보고 고치도록 했다고 밝혔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자료=공정거래위원회.



현행 한전의 전기이용 기본공급약관에 따르면 전력량 검침일은 한전이 소비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하게 돼 있다. 문제는 누진제를 적용받는 전기요금의 특성상 전력사용량이 같더라도 검침일이 며칠인지에 따라 전기요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 사이는 에어컨 사용 등으로 전력사용량이 급증한다. 검침일에 따라 이 시기가 하나의 요금계산기간으로 집중되면 그만큼 높은 누진율이 적용돼 전기요금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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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A씨와 B씨의 사례를 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두 가구의 전력사용량은 7월1일부터 14일까지 100kwh, 15일부터 31일까지 300kwh, 8월1일부터 14일까지 300kwh, 15일부터 31일까지 100kwh로 동일하다. 검침일이 1일인 B씨는 7월1일부터 31일까지 총 사용량 400kwh에 대해 전기요금 6만5,760원을 부과 받는다. 하지만 검침일이 15일인 A씨는 7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의 사용량 600kwh에 대해 13만6,040원을 부과 받게 된다. 총 전력사용량은 같은데도 검침일에 따라 전기요금이 두 배가량 차이 나게 된 것이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이처럼 검침일에 따라 전기요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도 한전의 현행 약관조항은 소비자의 검침일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어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누진율이 적용되고 있는 요금제 아래에서 동일한 전력량을 사용하더라도 검침일에 따라 요금이 달라질 수 있다면 고객의 희망에 따라 검침일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한전은 공정위 결정에 따라 소비자가 검침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원격검침은 고객요청에 따라 검침일을 바꿀 수 있도록 하고 기타 일반검침의 경우 한전과 협의해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일반검침을 받고 있는 소비자는 자신의 희망검침일과 주변 지역의 검침 순서를 감안해 정기검침일을 조정하거나 자율검침을 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번 한전의 약관 변경에 따라 검침일 변경을 원하는 소비자는 오는 24일 이후 한전(국번없이 123)에 검침일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이달 안에 검침일 변경을 요청하면 7~8월 요금계산 기간부터 적용받을 수 있다.

가령 정기검침일이 15일인 소비자가 검침일을 5일로 바꾸면 전기요금은 7월15일부터 8월4일까지 우선 계산된 뒤 두 번째 달부터 한 달 간격으로(8월5일부터 9월4일까지) 계산된다. 만약 정기검침일을 26일로 바꾸면 첫 달은 7월15일부터 25일까지, 7월26일부터 8월25일까지 각각 계산한 뒤 합산한 요금만큼 청구된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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