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화생명도 금감원 즉시연금 권고 거부 '파장'

소비자보호 앞세워 무리한 압박

삼성생명 이어 두번째 논란클 듯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금융감독원의 ‘만기환급형(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조정 권고를 거부했다. 소송을 통해 법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빅2’ 생보사가 동시에 금감원의 ‘즉시연금 일괄지급’을 거부한 결과가 돼서 금감원과 보험사 간 갈등도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날 오후 금감원에 지난 6월 과소 지급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불수용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액은 약 850억원(2만5,000건)으로 삼성생명의 4,300억원(5만5,000건)에 이어 업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여부 결정 기한은 지난달 10일이었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법무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1개월을 연장, 태평양 등 법무법인 4곳에서 법률 자문을 맡겨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 한화생명의 한 관계자는 “원금에서 사업비 등을 먼저 공제하고 남은 금액으로 운용하는 것은 모든 보험상품의 기본 원리라는 측면에서 다수 법률 자문에 근거해 약관에 대한 추가 해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삼성생명 건과 달리 약관의 연금 지급액 관련 항목에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어 지급거부 사유가 상대적으로 더 있다는 해석이 업계에 우세했다. 한화생명은 금감원 권고를 거부하는 대신 소송을 통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생명과 비슷한 약관을 적용하는 KB생명과 미래에셋생명·BNP파리바카디프생명·ABL생명·신한생명·현대라이프생명 등도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소송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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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까지 금감원 권고를 거부하는 상황이 됐지만 금감원은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절차에 따라 소송하는 것에 대해 금감원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소송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들어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이면서 금감원이 보험사와 정면 충돌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 부담이 됐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신 금감원은 즉시연금 이슈가 자살보험금과 마찬가지로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고 단계적으로 구체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생보사 고위 관계자는 “업계 1·2위 생보사가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당국과 냉랭한 관계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며 “새 회계기준인 IFRS17과 킥스(K-ics·신지급여력제도) 도입 등을 앞두고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을 상황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구나 교보생명까지 거부 대열에 합류하면 파장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신한생명(24억원)과 AIA생명(25억원), DB생명(2억원) 등 3개사뿐이다.

일부에서는 금감원이 문 대통령의 핵심 공략이었던 ‘금융소비자 보호’를 너무 앞세운 나머지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실약관을 토대로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을 압박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민원이 가장 많은 보험사와의 전면전 양상으로 확전됐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에 이어 업계 2위인 한화생명까지 금감원 권고를 거부하면서 금감원과 보험사 간 냉랭한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가입자 강모씨에 대한 분쟁조정 결과를 근거로 전체 가입자 약 5만5,000명에게 4,300억원을 더 주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가 불거졌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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