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진에어 면허취소 근거 '외국인 임원 금지법'…입법 오류 가능성

1991년 개정 때 법제처 심사 과정서 갑자기 추가·변경

2012년 국토부 게시글에도 외국인 임원 금지내용 없어

정부가 진에어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미국 국적을 문제 삼아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면허취소의 근거가 되는 항공 관련법 조항이 개정될 당시 심각한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출처=연합뉴스정부가 진에어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미국 국적을 문제 삼아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면허취소의 근거가 되는 항공 관련법 조항이 개정될 당시 심각한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정부가 진에어 등기이사를 맡았던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미국 국적을 문제 삼아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여부를 검토하는 가운데, 면허취소의 근거가 되는 항공 관련법이 개정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진에어 면허취소의 근거가 되는 법은 항공사업법 제9조와 항공안전법 제10조 등이다. 항공사업법 제9조는 정부가 국내 및 국제 항공운송사업의 면허를 허가하면 안 되는 경우로 ① 항공안전법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②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또는 파산선고를 받은 자 ③ 항공산업법과 항공안전법 등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 ④ 항공산업법과 항공안전법 등을 위반해 집행유예 중인 자 ⑤ 항공운송사업 면허·등록 취소처분을 받고 2년이 지나지 않은 자 ⑥ 1~5호에 해당하는 임원이 있는 법인을 들고 있다. 진에어가 문제가 되는 부분은 ① 항목으로 항공안전법 제10조 1항은 외국인은 항공기를 등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재 진에어 면허취소 논란은 미국 국적자인 조 전 전무가 2010∼2016년 진에어의 등기이사를 맡은 데서 촉발됐다. 그러나 항공사업법 제9조에 외국인 임원을 배제하도록 한 규정이 생기게 된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다. 항공사업법은 항공법이 분리되면서 만들어졌는데, 문제의 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1991~1992년 항공법 개정 과정에서다. 당시 교통부의 항공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보면 외국인을 항공사 임원에서 배제한 조항은 없다.


오늘날 항공사업법 제9조와 같이 면허를 줘서는 안 되는 대상을 규정한 구 항공법 제121조는 ㉮ 제7조 1항 항목에 기재된 자(외국인 등) ㉯ 면허·등록 취소 처분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 ㉰ 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집행유예 기간인 자 ㉱ 파산선고,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선고를 받은 자 ㉲ 법인으로서 그 임원이 ㉯~㉱에 해당하는 자로 돼 있다. 개정안을 보면 ㉲ 항에서 ㉮ 항은 빠져 있어 외국인 개인은 면허를 받을 수 없지만 외국인을 임원으로 둔 법인의 경우 면허를 받을 수 있다.

관련기사



그런데 법제처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법의 내용이 바뀌게 된다. 법제처는 법률 항목의 ㉮㉯㉰ 등을 숫자인 1.2.3으로 전환했는데, 법제처 심사를 받고 나온 법률에는 ‘㉲ 법인으로서 그 임원이 ㉯~㉱에 해당하는 자’가 ‘5. 법인으로서 그 임원이 1~4에 해당하는 자’로 변경됐다. 개정안이 법제처를 통과하면서 외국인 임원이 있는 법인이 면허를 받을 수 없는 대상에 추가된 것이다. 이에 대한항공과 진에어 측은 법제처에서 자구 수정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진에어 등은 국토교통부 청문회 등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면허 취소의 위법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는 항공사의 외국인 임원 금지와 같은 중요한 규제가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추가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당시 교통부가 이런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하면 재입법예고를 하거나 사후에라도 개정 사유를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한 변호사는 “법 개정 과정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항공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논의가 이뤄졌는데 거꾸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면 그 이유를 외부에 밝혀야 했다”며 “입법 오류가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으로, 입법 오류로 인한 행정 처분이 법원에서 무효가 된 판결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국토부가 2012년 홈페이지에 게시한 항공운수사업 면허 관련 글을 보면 법인의 면허 결격사유에 외국인 임원이 명시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게시글에서 국토부는 항공운수사업 면허 결격사유로 외국인이나 외국 정부 또는 외국의 공공단체 등은 면허를 받을 수 없게 하면서도 법인에 대해서는 금치산자·한정치산자 또는 파산자, 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 면허 또는 등록의 취소 처분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가 포함된 법인만을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가 관련 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국토부는 진에어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에어인천 등에 대해서도 외국인 임원이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정부 자체도 법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내용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허술한 법 체계를 인정하고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권혁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