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겠다는 이른바 ‘한반도 비핵화 주도론’을 펴자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해결 의지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 공조에서 이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쳤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가 정부의 뜻대로 진전되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축사에서 곧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올해 안에 철도·도로 현대화와 관련한 착공에 나선 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경우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나아가 경기·강원도의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까지 공개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세적이라고 할 정도로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해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며 “앞서 대북 제재 때문에 남북관계가 제대로 진전이 안 된다는 북측의 불만에 대한 답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 교수는 16일 “문 대통령이 남북 경제협력을 수단으로 남북관계를 추동해 북한의 비핵화 및 종전 선언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이 없을 경우 남북관계가 한미관계를 추월해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가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내다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남 교수는 “남북 경협은 국제 제재와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결국 북한의 비핵화 속도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역시 “미국의 반응을 보면 아직도 대북 제재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북미 간 대화가 잘 진행돼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는 징후가 아직 나타난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미국 재무부는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위반을 도운 중국·러시아 법인 3곳과 개인 1명에 대해 독자제재를 부과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남북 경협의 ‘170조원 경제효과’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센터장은 “남북 경협의 경제효과가 30년간 170조원이라면 1년에 6조원도 안 되는 셈”이라면서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하면 30년간 170조원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