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2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인권 침해 재발 방지를 위해 우선 조사대상 중 하나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을 조사해왔다.
조사 결과, 백 농민의 수술과정에 청와대와 경찰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혜화경찰서장은 서울대병원장에게 전화해 신경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집도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또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도 서울대병원장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백 농민의 상태를 파악하고 원로급 의사가 수술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경찰이 서울대병원과 접촉해 백 농민의 치료 및 예후에 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한 사실도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당시 회생 가능성이 없어 보존적인 치료만 받고 있던 백 농민을 갑자기 수술한 것으로 볼 때 의사 본인의 뜻도 있었겠지만 주변의 여건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피해자가 즉시 사망하게 되면 정권과 경찰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 농민은 지난 2015년 11월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숨졌다. 현장에서 쓰러진 백 농민은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수술을 받은 뒤 깨어나지 못하다 다음해 9월25일 결국 숨을 거뒀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백 농민의 사망원인으로 지목했다. 일단 경찰의 살수차 사용은 경찰청 내부 지침 외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 행위라고 봤다. 특히, 명백히 위험한 상황이 아님에도 경찰이 백 농민을 향해 지속적으로 직사 살수를 한 점과 현장에 있지 않은 채 살수를 지시한 경찰 지휘부의 행위가 백 농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결론지었다. 당일 경찰은 총 202톤의 물에 최루액 440리터와 염료 120리터를 섞어 사용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에 △유가족에 사과 △손배소 취하 △집회시위 대응 쇄신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