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걸테크 기업' 非변호사 동업 허용안 발의 초읽기… 법조계 위기감

"소수만 돈벌이...서비스질도 떨어져"

변호사업계, 정치권 움직임에 반발

간단한 법률 사무를 인공지능(AI)이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리걸테크’ 산업에 한해 변호사와 비(非)변호사 동업을 허용하는 법안이 마련돼 변호사 업계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리걸테크 기업들이 이를 악용해 수익을 가로채거나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주 리걸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변호사·비변호사 간 동업·이익분배 금지를 푸는 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본지가 입수한 개정안에 따르면 정 의원은 변호사 동업금지와 처벌을 규정한 변호사법 제34조와 제109조에 ‘변호사 아닌 자도 법률문서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전자적 형태로 법률문서를 생성·제공하는 업무의 대가로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현행 변호사법에는 변호사가 다른 직종과 동업하거나 이익을 나눌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아야 한다. 이 규제를 리걸테크 산업에만 해제시켜 주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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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AI 변호사’가 현장에 투입되는 등 법조 분야에서도 다양한 법률 기술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며 “2016년 기준으로 미국에만 1,100여개의 리걸테크 기업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큰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로스쿨 도입 이후 가뜩이나 변호사들이 늘어난 상태에서 이제는 AI 기업과도 수익을 나눠야 할 처지에 직면해서다. 과거와 달리 세무사·변리사 업무까지 눈독을 들이는 상황에서 AI가 처리할 소장 작성, 법인 등기 등 간단한 업무조차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무시하지 못할 영역이 된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유사한 입법례도 없는 데다 전문직종뿐 아니라 일반인과도 동업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문제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변호사들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 관계자는 “변호사와 비변호사의 동업을 허용하면 자본력을 갖춘 소수의 리걸테크 기업이 ‘법률 장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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