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병역특례 손봐야 하는 이유

박민영 문화레저부 차장

박민영 차장



N포털 검색창에 ‘병역’을 쳐봤다. 연관검색어 중 ‘아시안게임 야구’가 눈에 띈다. 이번에는 D포털에서 ‘아시안게임’을 검색했다. 관련어 중에서 ‘손흥민 군대’ ‘군 면제 조건’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우리 국민에게는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보다 ‘병역 아시안게임’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걸출한 축구 스타 손흥민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일부 병역 미필 선수의 선발로 논란이 됐던 야구가 초반에 부진하면서 병역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병역은 종합 국제 스포츠 이벤트 때만 되면 화두가 된 얘기다.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병역 기피 논란이 있던 박주영을 엔트리에 포함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박주영이 군대에 가지 않으면 제가 대신 가겠다”고 말한 일이 떠오른다.


흔히 병역 면제로 불리는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특례는 법적 용어로는 대체복무다. 일정한 성과를 증명한 미필자에게 2년10개월 동안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공익에 복무함으로써 병역을 수행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이들은 예술체육요원으로 분류된다. 현행 체육 특례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대상이다. 예술 특례는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중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 5년 이상 이수자 등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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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특례 제도는 우수한 선수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에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의 사기를 증진하는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기 위해 지난 1970년대에 도입됐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 자극제가 돼 국제대회에서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진 측면이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평해야 할 대표선수 선발 과정에서 병역 특례가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는 듯한 사례들이 생겨나면서 병역 특례 제도의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이제는 공론화를 통해 특례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본다. 물론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등 스포츠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위를 선양하는 방법이 다양해졌고 무엇보다 취지와 다르게 이용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국민의식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득 양극화 속에 국가를 대표한다는 이유로 국내외 리그에서 큰돈을 버는 스포츠 선수들의 편의를 봐줘야 한다는 논리도 점점 설득력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특례제도를 폐지 또는 보완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스포츠 기반을 굳건히 하는 데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기간의 병역 특례 이슈는 스포츠의 최고 가치인 감동과 국민통합을 지워버렸다. 잘해도 병역, 잘 못해도 병역 문제로 덧씌워졌다. 게다가 대표팀을 병역 면제에 몰두하는 조직으로 희화화하고 조소와 비아냥 섞인 표현들이 들끓고 있다. 이는 한국 스포츠의 뿌리인 국내 리그에 대한 무관심을 부를 수도 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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