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현지에서 만난 맞벌이 가정은 바우처에 대해서는 우선 만족감을 드러냈다. 12개월 아기를 키우는 ‘워킹맘’ 요크 클라스씨는 “아기가 아플 때는 아기를 돌보느라 집안일을 혼자 하기 벅찬데 가사도우미 바우처가 큰 도움이 됐다”며 “육아를 보조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쿠넌 벨기에 연방정부 고용노동부 노동시장분석관은 “가사도우미 바우처는 워킹맘들의 부담을 줄여줬다는 점에서 성과를 나타냈다”며 “특히 맞벌이 부부들이 이를 많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벨기에의 서비스 바우처는 개인 부담이 미미하다. 시간당 36유로(4만6,000원)의 가치를 지닌 이용권이지만 9~10유로(1만1,500~1만2,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30%의 세금환급을 받을 수 있어 실제 부담액은 이보다 적은 6~6.5유로(7,700~8,300원) 수준이다. 사용횟수는 일반적으로 연간 500시간으로 제한돼 있지만 싱글맘(대디)과 장애인 등은 2,000시간까지 쓸 수 있다. 서비스 바우처의 당초 목적은 저학력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불법체류자를 부당고용하는 일이 많았던 가사도우미 시장을 양성화하는 데 있었다. 정책을 집행하면서 워킹맘들의 가사 부담이 완화된 것은 부차적으로 나온 성과물이다.
우리 정부 역시 열악한 환경의 가사도우미들에게 사회보험 가입 등 권리를 보장하고 가사서비스 회사의 질적 개선을 위한 목적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맞벌이 가정의 육아 부담이 완화되고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사도우미 바우처가 국내 워킹맘들에게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벨기에 워킹맘은 일부 도움은 되지만 여성의 경력단절을 줄여줄 방안은 아니라고 말한다. 클라스씨는 “나 같은 경우 육아를 위해 장기출장을 가지 않아도 되고 유연 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겼다”며 “서비스 바우처는 아기가 아플 때 등 위급상황에 도움이 될 뿐 여성의 직장 경력을 연장해줄 장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공무원인 동시에 워킹맘인 쿠넌 분석관 역시 “서비스 바우처는 가사 부담을 줄여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 막대한 예산 부담을 가진 정책”이라며 “벨기에에서도 현재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각 가정의 바우처 부담액을 늘리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어 한국 정부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브뤼셀=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