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R&D '오픈이노베이션' 성과...제약사상 두번째 규모 기술수출

[유한양행, 폐암치료제 1.4조 잭팟]

단일 신약후보물질로는 계약총액 역대 최대

"매출 비해 R&D 수준 낮다" 우려 불식시켜

기술력으로 年 7조 폐암치료제 시장 첫 발




유한양행(000100)의 레이저티닙 기술수출 계약은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제약사 사노피와 3조원대 당뇨병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이후 국내 제약사가 맺은 가장 큰 규모의 기술수출계약이다. 단일 신약 후보 물질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기도 하다. 수출되는 기술의 현재 가치를 평가하는 계약금도 역대 국내 제약사의 기술수출 계약 4위에 해당한다.

레이저티닙의 적응증인 비소세포폐암은 암세포의 크기가 큰 폐암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 1위 질환인 폐암 환자의 80~90%가 이 비소세포폐암에 해당하지만 소세포폐암보다 초기 발견이 어려워 손쓸 수 없는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워낙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보니 치료제 시장의 규모도 크다.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블록버스터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의 지난해 매출은 17억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62억달러(약 6조 7,000억원)이었으며, 앞으로 10년간 매년 7.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저티닙은 폐암에 걸리면 증가하는 EGFR TK(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타이로신 인산화 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정부로부터도 효과와 안정성을 인정받아 지난 7월부터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과제로 선정돼 연구비 지원을 받아 국내에서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중간결과에 따르면 레이저티닙은 기존의 EGFR TK 억제제에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암세포의 뇌전이 여부와 상관없이 효능을 나타낸 반면 중증 부작용 발현율은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한양행은 연내 2상 임상을 끝내고 내년부터는 얀센과 공동으로 전 세계 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임상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수출 계약을 두고 유한양행이 그간 추진해 온 연구개발(R&D) 분야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드디어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의 한미약품이 일찌감치 연구개발(R&D)투자 비중을 높이며 신약 개발에 나선 데 반해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에야 본격적인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경쟁사들이 잇따라 기술수출 계약 소식을 전해오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의 처지에 놓인 유한양행은 지분투자를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015년 3월 취임한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바이오니아와 제넥신 등 바이오벤처에 활발한 지분 투자를 통해 원천기술 확보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서왔다. 이 사장 취임 이후 최근 3년간 유한양행의 외부 지분 투자는 2,000억원에 달하며, 이중 100억원 이상 투입된 지분투자만 6건이다. 대부분이 R&D 관련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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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9월 미국의 항체 신약 전문기업인 소렌토와 면역항암제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조인트벤처 ‘이뮨온시아’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항암제 개발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도 굳티셀, 에이비엘바이오 등과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 도입 및 공동연구 추진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2015년 초 9개였던 유한양행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지난달 기준으로 24개로 늘었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 체결로 유한양행은 회사의 규모에 비해 R&D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이 사장이 추진해온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더욱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폐암으로 고통받는 국내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폐암 사망자 수는 35.1명으로 전체 질병 중 가장 많은 환자가 폐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국내는 특히 폐암 환자 중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비중이 이보다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편 약 2,000억원 규모의 국내 폐암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제약사가 독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의 폐암 신약이 개발돼 급여인정을 받으면 환자들에게 보다 폭 넓은 치료 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이 레이저티닙의 국내 판권만은 얀센에 넘기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이번 기술수출 계약 성사로 글로벌시장에서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능력과 국산신약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며 “얀센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치료제 개발을 앞당김으로써 폐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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