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전망…내년 수출 부정적 영향”

전자·화학제품 타격…투자·소비심리도 움츠러들 듯

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11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11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드러나고 소비·투자심리도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3∼4월 미국은 500억달러 규모, 중국은 3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며 무역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7∼8월에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50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두 차례에 걸쳐 매겼다. 9월에는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매겨, 대중국 수입의 절반가량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물렸다.

문제는 미중 무역갈등을 양측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세계 교역의 22.7%를 차지하는 경제 대국이며 한국에게는 양국 모두가 주요 교역국이다. 무역분쟁이 극화하면 한국도 피해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역 측면에서 보면 교역 위축으로 중국과 미국의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국 수출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 총수출에서 중국은 24.8%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올해 한국 수출에 미중 무역규제 조치는 아직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관세 부과조치가 발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데다 실제 수치상으로는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올해 1∼9월 한국의 전년 동기 대비 대중 수출 증가율은 19.9%를 기록했다. 총수출 증가율(4.7%)을 크게 웃돈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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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년부터는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 관세율이 현재 10%에서 25%로 오른다. 한국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늘어날 가능성도 함께 오른다는 뜻이다. 한은은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고려할 때 한국의 전자부품, 화학제품 등의 업종에서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갈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도 가계와 기업이 소비, 투자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 주체의 심리 악화가 양국의 상호 관세 부과조치보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은은 “미국의 대중 통상정책이 자국 내 산업 보호, 외국인투자 유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미중 분쟁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중 무역갈등이 세계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의 피해 규모가 확대할 수 있다”며 “글로벌 통상여건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이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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