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치원 입학설명회 가보니] 당장 내년 유치원 보내야하는데...엄마들 "비리 있어도 신청부터"

'비리유치원 사태' 한달째지만

사립유치원 원아 모집일정 미뤄

"아이 받아달라" 학부모만 속앓이

“입학금 15만 원 있고요, 특성화비는 매달 5만 원씩 별도로 내셔야 해요.”

8일 오후 6시 서울 시내 A 사립유치원. 교실을 꽉 채운 학부모 30여 명이 분주하게 펜을 놀렸다. 이 유치원이 누리과정 지원금과 별도로 걷는 돈은 방과후과정반 기준 매달 10만 원. 곳곳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지만 자리를 뜨는 이는 없었다. 부부, 친구끼리 잠시 귀엣말이 오가더니 한 부모가 번쩍 손을 들었다. “신청서 지금 내면 저희 애 뽑아줘요?”


‘비리유치원’ 사태가 한 달째를 맞았지만 학부모들은 또 다시 유치원에 읍소하는 처지가 됐다. 당장 내년에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현재 신입 원아모집 계획을 밝힌 유치원이 손에 꼽을 만큼 적어서다. 마음이 급한 학부모들은 거리가 먼 타 지역 유치원 설명회까지 ‘원정출장’을 나간다. 서울 동작구의 B유치원은 14일부터 사흘간 설명회를 하는데 이미 열흘 전에 예약이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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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들이 원아모집을 기약 없이 미루고 나서자 ‘차라리 비리사태가 터지지 않았으면’ 하는 탄식도 들려온다. 경기 부천·일산 일대 맘카페 회원들은 “11월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입학설명회가 내년 1월로 연기됐다”며 “비리 조사하고 투명 운영이고 다 좋은데 정부와 유치원 간 힘겨루기에 피해를 봐야 하는 게 힘 빠진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회계부정을 지적받은 충남 C유치원은 학부모 10여 명이 시도교육청을 방문해 폐원 신청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원장과 설립자가 공금을 횡령했다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며 “교육프로그램이 좋은 유치원이 문 닫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사립유치원이 여론 뭇매를 맞는데도 버티는 건 유치원 수급 구조상 학부모들은 을(乙)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치원 취원 대상인 3~5세 유아는 64만 명에 이르렀지만 국·공립유치원 수용률은 25%(17만 명)에 그쳤다. 나머지 47만 원아들은 전국 4,000여 사립유치원에 맡겨져야 한다. 지난달 교육부가 내놓은 ‘비리근절 종합대책안’은 3년 중장기대책이어서 당장 급한 학부모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조성실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학부모가 유치원에 휘둘리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며 “교육 당국이 수요공급 대책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지도점검을 나서는 등 실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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