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돋보기]'한앤코'의 부동산 개발업 도전… SK D&D, 성장 모멘텀은




지난 9월 금융투자업계에 다소 이례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토종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2,300억원을 들여 SK D&D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SK D&D는 SK가스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각각 30.97%, 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업체다. 최 부회장의 지분 전량와 SK가스 보유분을 더해 한앤컴퍼니가 사들이는 지분은 26.88%. 15일 계약 완료로 한앤컴퍼니는 SK가스를 제치고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이번 딜(deal)에 이목이 쏠린 이유는 부동산 개발기업 지분 인수의 주인공이 PEF, 그중에서도 한앤컴퍼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한앤컴퍼니는 그동안 자동차 부품과 시멘트, 그리고 해운업에서 ‘애드온(add-on)’ 전략으로 인수기업의 가치를 키워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온시스템즈와 쌍용양회, 에이치라인 등이다. 한앤컴퍼니가 지분 50.5%를 쥐고 있는 한온시스템은 지난 9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유압제어 사업 부문을 12억3,000만달러(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시멘트업종 투자는 2012년 대한시멘트 인수를 시작으로 유진기업의 광양시멘트 공장(2013년), 대한슬래그(2015년), 쌍용양회(2016년)까지 망라하고 있다. 해운업에서는 에이치라인에 이어 지난 10월엔 SK해운까지 품에 안았다. 제조업과 물류 중심의 한앤컴퍼니의 운용자산(AUM)에 다소 동떨어진 성격의 부동산 개발업이 추가된 셈이다.


경영 상황만 놓고 보면 SK D&D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2004년 설립 당시만 해도 SK D&D는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 2011년에는 SK건설에 기댄 매출 비중이 50%를 넘었었다. 하지만 2014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에 앞서 오피스와 지식산업센터, 호텔 등의 자체 개발사업 역량을 키웠고 이후 매출도 급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2012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상장 첫해인 2015년엔 2,313억원, 지난해엔 3,30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4분기까지 누적기준 매출만 4,366억원에 달한다. 자체 개발사업이 덩치를 키우면서 계열회사 관련 매출 비중도 2% 아래로 떨어졌다. 수익구조도 탄탄하다.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만 650억원. 2015년 26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올해 3·4분기 누적기준 709억원까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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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잔액도 넉넉하다. 9월 말 기준 SK D&D가 수주한 계약 총액은 1조2,124억원. 이중 이미 받은 기성금액 4,970억원을 제외한 잔액은 7,154억원에 달한다. 쉽게 말해 당분간 일감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상황인 셈이다.

자료:금융감독원자료:금융감독원


문제는 부동산 경기다. SK D&D의 주력 개발사업인 오피스 빌딩과 비즈니스호텔은 이미 공급과잉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3·4분기 서울 오피스의 공실률은 10.1%로 전 분기 대비 0.5%포인트나 상승했다. 비즈니스호텔도 마찬가지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에서 1,617개 업체가 14만3,416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년 대비 업체는 6.1%, 객실은 12.3%나 증가했다. 경기 침체와 공급과잉이 맞물리게 될 경우 개발업의 높은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을 수 있다.

그러나 한앤코 관계자는 “개발업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좋은 프로젝트를 누가 잘 찾느냐”라며 “SK D&D 부동산 개발 쪽 매출이 많지만 사업성이 다 괜찮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SK D&D는 주택 임대업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업,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주택임대관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뒤 고급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서초 메트로빌딩을 인수했다. 지난해 506억원 규모였던 신재생에너지분야 매출액도 3분기 누적기준으로 620억원까지 불었다. ESS 사업도 같은 기간 매출이 2억에서 96억으로 크게 뛰었다. 매출의 78.9%를 책임지는 개발사업을 밑바탕으로 새 먹거리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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