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중기대표 133명 설문] "文 노동정책, 中企 옥좨...내년 경영 더 악화" 60%

경영위축 최대 요인으론 '최저임금 인상'

'정부 규제·근로시간 단축도 발목' 꼽아

"업종·규모별 실태분석 등 근본대책 필요"

한 중소기업 현장 모습.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서울경제DB한 중소기업 현장 모습.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일련의 친노동정책의 파고 속에서 중소기업인들은 올 한 해 경험한 경영 환경이 지난해에 비해 나빠졌으며 이로 인해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다음달 종료되면서 당장 내년부터 근로시간 위반에 따른 단속과 형사 처벌이 강화될 게 확실시되는 만큼 경영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어려워질 인력 운영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현장에서는 탄력적 근로제의 단위시간 확대 등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1일 주요 중견·중소기업 대표 133명이 응답한 긴급 설문조사를 집계·분석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60.6%(80명)가 지난해에 비해 올해 경영환경이 매우 악화(22.7%, 30명)됐거나 다소 악화(37.9%, 50명)됐다고 답했다. 반면 경영환경이 ‘다소 또는 매우 나아졌다’고 답한 비중은 25.0%(총 30명)에 그쳤다. 설문에 응한 기업들 대다수가 견실한 재무구조와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하는 유망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는 중소기업계 전반이 겪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최우선적으로 꼽혔다. 응답자 가운데 46.5%(67명, 중복응답 가능)는 현재 경영 활동을 영위하면서 제일 어려운 점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는 정부의 각종 규제(27.8%, 40명), 근로시간 단축(22.2%, 32명) 등이 기업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목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기업인들에게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추가 질문을 던지자 86%(58명)가 “매우 심각”하거나 “다소 심각”하다고 답해 인건비 부담이 많은 중소기업일수록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계가 현재 느끼는 경영상 어려움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된 탓에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회사 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6.7%(88명)는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했다.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답한 이는 38명으로 28.8%를 차지했으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본 이는 6명(4.5%)에 불과했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업종별·규모별 실태분석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도 “최저임금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없고 취약 근로자의 고용을 촉진할 수 없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응답자 대부분인 71.5%의 기업인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 이상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대목도 산업 현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한 목소리로 해석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가동률이 떨어져 생산에 차질을 빚고 납기를 준수하기 어렵게 되거나 임금 보전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는 답변에서는 중소기업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 그 자체보다도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제도를 경직적으로 적용하는 게 문제”라며 “기업주가 주 52시간 초과근무를 지시할 경우 형사처벌 사안으로 넘어가는데 이는 기업 경영이 위축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부분의 중견·중소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 이슈로 노동비용 인상에 따른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탄력근무제 확대 등을 통해 현실적인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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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중소기업 경영난이 노동 문제에서 비롯되는 만큼 노사 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장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정부가 노사 모두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사측은 노동유연성, 노측은 사회보장을 강조하는 상황인데 정부가 객관적인 경기진단을 통해 경사노위에서 공정성을 확보해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상호신뢰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7회 서울경제신문 성장기업포럼’에 참석한 주요 중견·중소기업 대표 65명을 비롯해 온라인 설문에 응답한 68명까지 총 133명이 답변한 결과를 토대로 집계됐다. 응답 기업 가운데 제조업은 54.1%(72명), 정보통신기술(ICT)은 15.0%(20명), 패션·뷰티·유통은 12.0%(16명), 기타 업종은 18.8%(15명)였다.
/이수민·심우일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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