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충분한 인상 신호를 준 만큼 11월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은 확연하다. 문제는 내년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스텝을 한국은행이 함께 따라 갈 수 있느냐인데, 꼬인 스텝 탓에 한은의 고충은 앞으로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
30일 열리는 올해의 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대부분의 시장전문가들은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시선은 이미 내년으로 향해 있다. 과연 미국의 금리스텝을 한은이 얼마만큼 보조를 맞출 수 있을까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한은의 금리정책은 우리 경제의 현실만을 직시할 수도, 그렇다고 미국의 금리속도를 마냥 추격할 수도 없는, 아주 깊은 늪에 빠져 있다는 의미다. 11월 금통위의 금리 결정은 ‘인상’으로 결론 낸 시장참여자들이 금통위 직후의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에 더 집중하는 것도 ‘내년 금리정책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다.
한은 관계자 역시 25일 “내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총재가 어떤 메시지를 시장에 보낼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금통위원과 한은 집행부도 이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스타일상 금리정책 변화를 앞두고는 여러 차례 신호를 주는데, 그 부분을 읽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금리의 변화가 예상되는 11월 금통위를 앞두고서는 “현재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다”부터 “실물경기가 흐트러지지 않으면 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 등의 발언을 해 왔다.
시장에서는 ‘신중파’인 이 총재의 성향상 “향후 대내외 경제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금리정책의 향방을 예단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국내 경기불안 등 동결 내지 인하 요인은 수두룩하지만 내년 3차례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이야 말로 한은의 금리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섣불리 금리를 추가로 올리겠다는 신호를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은 그래서 금리 결정 과정에서의 소수의견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7명의 금통위원 중 인상은 5명, 동결은 2명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할 정도다. 동결은 일관되게 비둘기적 신호를 보내온 조동철 위원과 최근 비둘기로 ‘커밍아웃’한 신인석 위원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있다. 신 위원은 지난 9월 한은 기자단 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확대될 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선제적 금리조정은 위험하다”며 인상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