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직시(直視)와 직면(直面)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들판 위 누이의 뒤에서 주인공이 숨은 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이다. 거센 바람 때문에 화살이 잘못 날아가 누이를 죽일 수도 있다. 이때 주인공은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는 바람은 극복의 대상일 뿐이며 실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직시하는 순간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 정도가 되겠다. 이 대사와 어울리는 장면을 가진 산업이 있다. 바로 해외건설이다. 우리 기업들이 직시해야 할 두려움은 커지고만 있으며 직면해야 할 바람은 거세기만 하다.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2016년(282억달러)과 2017년(290억달러)에 이어 올해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기형적 수주구조, 국제유가 하락, 저가수주 등 부진의 원인은 많다. 그런데 최근의 부진이 유독 우리나라 건설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글로벌 건설전문지 ENR에 따르면 250대 해외건설기업의 2017년 매출 실적이 2014년 이후 3년 만에 전년 대비 3.1% 증가해 반등세로 전환했다. 공종별로는 석유화학을 제외한 교통·건축 등 모든 부문이 전년비 최대 14.5%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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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외 매출의 반등 속에서도 우리나라 건설기업의 주력 시장인 중동과 주력 상품인 석유 부문은 부진했다. 특히 중동 시장의 매출은 국제유가의 회복에도 전년 대비 3.1% 감소해 814억달러에 그쳤다. 2016년 1,045억달러를 기록한 석유화학 부문의 해외 매출은 17.3% 감소한 891억달러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기업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부 지역과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에는 글로벌 시장의 회복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 기업의 장점이 발휘되는 시장과 상품이 아닌 다른 영역의 성장은 우리와 무관한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며 우리 기업이 직면한 위기는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는 외면하면 편하고 대면하면 불편하다. 그런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직시가 필요하고 직면 없이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혹자는 우리 해외건설이 저력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저력이라는 것이 올바른 상황 인식과 대응력 없이는 발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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