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가맹점 91%가 수수료 안내는데...카드사는 희망퇴직 벼랑

당정, 카드수수료 개편안 확정

카드순익 1.4조 줄여 자영업 지원

"당국이 수수료 고시...시장 역행"

"매출 500억도 혜택" 논란만 키워

최종구(오른쪽) 금융위원장이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김태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홍영표(왼쪽) 민주당 원내대표 등과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최종구(오른쪽) 금융위원장이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김태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홍영표(왼쪽) 민주당 원내대표 등과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정부가 26일 내놓은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에 따라 그동안 영세 자영업자로 분류되지 않아 수수료 우대 혜택을 받지 못했던 연매출 5억~30억원 차상위 자영업자들도 수수료를 할인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영세·중소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매출액 5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서는 세금 혜택을 늘려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5억~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지금보다 낮춰주는 게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반발이 거세자 이를 무마한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를 무리하게 끌어다 쓴 것이다. 결국 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이 전체 가맹점(269만개)의 약 91%인 점을 감안하면 약 245만개 가맹점이 실질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하지만 결제 수수료 수입 비중이 큰 카드사들은 당장 1조4,000억원의 순익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몰렸다며 강력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의 표심을 좌지우지하는 자영업자가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결국 ‘힘없는’ 카드사들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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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수료 개편 방안은 차상위 자영업자 지원에 집중됐다. 실제 이번에 우대 수수료를 새롭게 적용 받는 연매출 5~10억원 구간과 10~30억원 구간 가맹점은 각각 지금보다 0.65%포인트·0.61%포인트 인하된 1.4%·1.6%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매출 5억~10억원 가맹점 19만8,000곳이 연 평균 147만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고 연매출 10억~30억원 가맹점 4만6,000여곳은 연간 약 505만원의 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을 본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추산이다.



하지만 일반 가맹점이던 연매출 30억~500억원의 가맹점도 이번에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받게 되면서 영세 자영업자 부담 완화하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익 감소도 1조4,000억원으로 대폭 늘게 됐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죽겠다는 소리가 나오자 그 해법으로 카드 수수료에 손을 댔는데 이 과정에서 중대형 편의점·마트 등 이해관계자들이 껴들면서 결과적으로 매출액 50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전부 수수료 할인 혜택을 보게 됐다”며 “시장 자율에 맡긴다던 수수료 결정체계가 점차 당국의 ‘가격 고시(告示)’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대형 편의점과 마트는 연 평균 매출이 250억원 가량으로 수수료율 인하로 혜택 폭이 영세 자영업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 겉으로는 영세자영업자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춰보면 ‘부자 가맹점’이 금전적 혜택을 쓸어 담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인하 폭을 확대하기 위해 적격비용(원가)을 산정했지만, 카드사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는 원가 분석 결과 카드사의 인하여력이 1조4,000억원에 이르고 이중 6,000억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표한 각종 카드수수료 할인 정책으로 이미 소진됐으나 8,000억원의 여력이 남아 수수료를 인하하기에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금리가 최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져 이 원가 항목에서만 5,000억원의 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금리가 저점을 지나 다음 수수료 개편 시기인 2021년까지는 계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비용이 지나치게 과소 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 논리대로라면 금리가 오른 뒤인 3년 뒤에는 수수료를 올려 줘야 하는데 한 번 낮춘 수수료를 무슨 수로 다시 올릴 수 있겠느냐”며 “재무적 비용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수수료 인하라는 목적에 맞춰 무리하게 계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4년간 1조원의 순익이 줄어든 데다 추가로 1조4,000억원의 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카드사들은 대규모 구조조정 위기에 몰렸다. 카드산업 공동 노조는 이날 호소문에서 “이번 개편안에 따라 카드업계가 1조4,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하면 국내 카드사들이 적자로 돌아서고 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대정부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서일범·김기혁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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