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한국판 아마존 왕좌는 옴니채널 승자에게

심희정 생활산업부장

걸음마단계 국내 옴니채널 시장

신속한 물류·IT 안정화는 기본

차별화된 큐레이션 능력 갖춰야

변화 거부하는 공간은 사라질것

심희정심희정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트할리우드에 위치한 ‘노드스트롬 로컬’ 매장. 지난해 10월 문을 연 84평 규모의 쇼룸형 매장은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착용해보고 픽업을 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환불할 수 있는 곳이다. 일주일 전 노드스트롬 랙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로컬 매장에서 픽업을 예약하니 ‘심희정(주문자)’의 이름이 쓰인 피팅룸에서 직접 옷을 입어볼 수 있었다. 상품 재고가 없는 이곳에서는 스타일리스트와 재단사가 상주하며 고객에게 맞는 옷을 스타일링 해주거나 수선을 해준다. 카일라 고객경험 담당자는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온라인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을 더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말 방문한 미국 LA 센추리시티에 둥지를 튼 아마존북스는 책이 진열된 모습이 마치 아마존 온라인 서점을 떠올리게 했다. 책꽂이에 책 한 권을 전시해놓고 비슷한 취향의 책 서너 권이 함께 놓여 있어 온라인 서점의 추천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또 지난 9월 미국 뉴욕의 소호 지역에 아마존닷컴에서 고객 평점 4점 이상을 받은 인기 제품만 판매하는 ‘아마존 4스타’라는 잡화점을 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절묘한 시너지다.

이처럼 전 세계 시장에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엄지족을 위한 니즈에 맞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한편 온라인 업체들은 온라인과 연계한 서비스로 점철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등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진 무한경쟁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 시장은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 어떤 채널에 접근하더라도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옴니채널로 본격 진입한 것이다.


유통 서비스는 오프라인 온리(only)의 시대를 거쳐 온라인으로 넘어와 방점을 찍었다.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 멀티채널 시대를 거쳐 2010년대 초반에 시작한 옴니채널 경쟁이 최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격투기 시대가 열렸다. 온라인 출신이든 오프라인 출신이든 출신이 중요하지 않고 서로 때리고 싸워 이기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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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채널이라는 용어는 2012년 미국의 메이시스백화점이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고 오프라인에서 수령하는 서비스가 포함된 ‘옴니채널 리테일링’을 추구하면서 처음 회자됐다. 이듬해 런던의 고급 백화점 존루이스가 온오프라인 통합매장을 선보이며 옴니채널 플랫폼을 구체화시켰다.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이 2015년부터 경영 화두로 옴니채널 전략을 내세우며 방아쇠를 당겼다. 그 일환으로 롯데쇼핑은 8월 e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시키고 오는 2020년 롯데백화점과 롯데홈쇼핑·롯데닷컴 등 유통 계열사 7곳의 서비스를 통합하는 온라인쇼핑 플랫폼 ‘롯데 원 앱’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예컨대 1박 2일 제주 여행에서 사용할 렌트카를 롯데렌터카를 통해 예약하면 현지에서 트렁크를 열었을 때 이미 롯데닷컴에서 주문한 식자재들이 실려 있는 꿈같은 장면을 맞이할 날이 머지않았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고 옴니채널로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대고객 서비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한국 시장의 옴니채널 서비스는 걸음마 단계다.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이 노드스트롬 로컬과 같은 작은 로컬 매장을 잇따라 오픈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서비스는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작은 오프라인 매장 수준에 그친다.

이제 신세계니 롯데니 쿠팡이든 간에 유통업체의 출신 성분은 중요하지 않게 됐다. ‘한국판 아마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옴니채널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첨단물류 시설을 잘 갖췄는지에 달렸다. 이를 위해 온라인에서는 신속한 물류 배달과 정보기술(IT) 안정성 싸움을, 오프라인에서는 고객 솔루션과 편집숍처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형태의 차별화된 큐레이션 비즈니스의 쌍끌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이로써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은 머천다이징 큐레이션 능력과 공간 기획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yvette@sedaily.com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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