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시그널]배임 카드 뽑아든 KCGI… “한진칼, 단기차입 증액 즉각 중단해라”

한진그룹 사옥 전경. /서울경제DB한진그룹 사옥 전경. /서울경제DB


한진(002320)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180640) 지분 9%를 산 행동주의 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한진칼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마련한 자구책에 제동을 걸었다. 한진칼은 KCGI의 상근감사 선임을 막기 위해 최근 단기차입금을 2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더욱이 KCGI는 이를 배임이라고 지적해 양측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칼 이사진에 12월 5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단기차입금 증액 관련 행위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이날 보냈다고 밝혔다.

한진은 지난 5일 금융회사로부터 1,600억원의 금액을 추가로 빌리는 단기차입 계획을 공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 자금 조달 및 운영자금 확보’였다. 차입이 성공할 경우 한진칼의 자산은 1조9,134억원에서 2조734억원으로 불어난다. 현행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상근감사 선임 대신 감사위원회를 꾸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통상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된다.


한진칼이 감사위원회를 꾸리려는 것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다. KCGI가 상근감사를 선임하면 최대주주인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모두 3%로 묶인다. 하지만 사외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주주 1인당 의결권을 3% 가질 수 있다. 지분을 17.85% 들고 있는 조 회장의 의결권이 3%로 줄어들지만 2.3%씩 보유하고 있는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등 조 회장의 세 자녀는 지분율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 일가의 의결권 지분이 3%에서 17.13%로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KCGI 측은 한진칼의 이 같은 단기차입 계획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만기 도래로 당장 갚아야 하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을뿐더러 계획대로라면 단기차입금이 기존 1,650억원에서 3,250억원으로 늘어난다는 것. 그레이스홀딩스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금년 중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액은 700억원에 불과하고, 기존 단기차입금 1,650억원은 만기 연장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1,600억원을 추가 차입을 통해 단기차입금 총액을 두 배 가까이 증액하는 이사회 결의를 한 것은 정상적인 경영판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진 측이 단기차입 계획을 중단하지 않고 연내 700억원 이상을 금융권으로 빌릴 경우 조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게 KCGI 측의 계획이다. 그레이스홀딩스 측은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이 독립적인 감사 선임을 저지하고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반하는 것”이라며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형사상 배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 측은 이번 단기차입이 정상적 경영활동이라는 입장이다. 한진칼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 예상되어 차입금을 증액하게 된 것”이라며 “시장 변동에 대비해 유동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한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