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쪼개진 안전…불어난 빚…탈선한 '철도 상하분리'

부채절감은 커녕 2배로 늘어

운영 효율 떨어져 사고도 급증

獨·佛 등 글로벌 재통합 러시

"우리도 논의해야" 잇단 지적

2116A08 2005년 철도 상하분리 이후(16판)



지난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를 계기로 철도 상하분리(운영과 기반시설부문 분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5년 공공기관의 부채절감이라는 목적으로 철도청을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했지만 두 회사의 부채는 각각 2배 이상 증가한데다 상하분리 이후 안전사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도 현실이 되고 있어서다.

20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2005년 철도개혁 당시 코레일의 부채는 5조8,00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5조2,000억원으로 2.6배 늘었고 시설공단 역시 7조2,000억원에서 19조7,000억원으로 2.7배 증가했다. 철도 상하분리는 기반시설 부문을 분리해 운송사업 부문의 부채를 줄이자는 목적으로 실시 됐다. 하지만 목적 달성은커녕 되레 부채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셈이다.

상하분리를 진행했는데도 코레일의 부채가 증가한 이유는 차량 교체에 따른 투자 증가와 누적된 영업손실 탓이다. 처음부터 부채 증가의 원인을 잘못 짚은 것이다. 시설공단 역시 상하분리 당시부터 8조원의 고속철도 건설부채를 떠안아 애초에 부채 부담이 컸다. 분리된 후에도 정부가 건설투자비의 40~50% 수준의 국고 지원을 하면서 계속 부채가 누적됐다.


더 큰 문제는 상하분리의 비효율성이 안전문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릉선 KTX 탈선사고에서는 건설책임자인 시설공단과 운영·유지보수 책임자인 코레일이 안전관리 책임 소재를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또 강릉선 건설단계에서 철도시설공단이 재정적 문제 등을 핑계로 철도 운영을 고려하지 않고 단선으로 건설해 복구 조치가 늦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월 KTX 이용객들의 큰 불편을 초래한 오송역 전차선 단전사고 때도 코레일과 시설공단이 서로 책임을 주장하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 밖에 2017년 경의중앙선 시운전 열차 충돌, 2011년 경원선 월계~녹천역간 토사유입 사고에서도 양 기관의 소통 부족이 원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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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상하분리 문제로 발생하는 비효율·갈등 사례를 조사해보니 61건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권한과 책임이 이원화돼 발생한 문제가 35건, 의견반영·협의 미흡 사례가 20건 조사됐다.

세계 철도 산업 트렌드도 다시 상하통합으로 돌아서고 있다. 1990년대 유럽연합은 국가 간의 자유로운 열차 이동이 가능한 ‘원 유럽(One Europe)’을 위해 운영과 시설분리를 추진했지만 각종 부작용과 비효율로 최근 통합체제로 전환한 국가가 많다. 독일철도(DB)는 2016년 산하에 두고 있던 운영부문 지주회사(DBML)을 흡수합병했고 1997년 상하 분리를 했던 프랑스의 경우도 2015년 프랑스철도공사(SNCF)그룹으로 재통합했다. 세계 고속철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중국은 중국북차(CNR)과 중국남차(CSR)를 중국중차(CRRC)로 합쳤다.

전문가들은 철도 상하 통합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채 감축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철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기관 간 책임을 떠넘기는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상하 통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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