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재정파탄 남미국가를 반면교사 삼아야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그동안 각계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폐기 또는 보완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취임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첫 정례보고에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개편,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점 보완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정·보완을 시사해 주목된다.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 기류는 내년에도 소득주도성장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를 밀어붙일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어디에서 나오는 확증적 편향인지 알 수 없다.

이미 정부는 최저임금을 두자릿수(10.9%)로 인상해 2년에 무려 27.3%나 올렸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인상률이다. 여기에 내년 예산안을 470조5,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면서 일자리 예산(23조5,000억원)도 역대 가장 큰 폭(22%)으로 늘렸다. 보건·복지·고용 분야에만 전체 예산의 36%에 달하는 162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부 들어 일자리가 급감하고 ‘빈부격차’가 커지는 주된 이유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꼽는다. 문재인 정부는 가계소득을 늘린다면서 올해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 폭(16.4%)으로 올렸고 일자리와 저소득층 지원에 54조원의 세금을 쏟아부었다. 결과는 ‘일자리 역대 최대 폭 감소’와 ‘빈부격차 확대’라는 참사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올 3·4분기 가계 동향 조사(소득 부문)에 의하면 소득 최하위 20%(1분위) 계층의 월평균소득(131만7,600원)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다. 올 들어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차하위 20%(2분위) 계층의 소득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면 최상위 20%(5분위) 계층의 소득(973만5,700원)은 8.8% 늘었다. 분배 수준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최상위(20%) 평균 가처분소득 ÷ 최하위(20%) 평균 가처분소득)도 5.52배로 높아졌다. 지난 2007년 3·4분기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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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인상된 올해 들어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지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쪼그라드는 현상이 본격화됐다. 음식점·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급감하고 임시직·일용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 음식·숙박업, 사업시설 관리 등 3대 업종에서만 1년 사이 2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인건비 부담을 못 이긴 소상공인들이 저소득층 근로자부터 해고시킨 결과다.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 고용정책이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저소득층 일자리를 줄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올 3·4분기 중 소득하위 20% 가구는 월 소득 중 일해서 번 돈이 47만8,900원으로 1년 전보다 22.6%(14만원) 줄었다. 반면에 복지수당 등 국고 보조는 1년 전보다 19.8%(10만원) 늘어 60만4,700원으로 불어났다. 일자리 감소로 줄어든 가계소득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꼴이다. 언제까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세금으로 땜질하려 하는가. 이는 경제 파탄에 빠진 그리스와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국가를 연상시킨다. 이들 국가는 ‘현금성 복지는 재정만 파탄 내고 가난을 구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경제 활성화와 기업경쟁력 제고로 기업의 투자를 늘려야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난다. 정부는 이 평범한 사실을 훼손하는 반시장·반기업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성장과 일자리가 아닌 세금으로 가계소득을 늘리다가 재정 파탄에 빠진 그리스와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국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면서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 신기술 개발과 신산업 육성을 소홀히 하면 투자가 감소하면서 저성장과 함께 일자리가 줄어들고 빈부격차는 더 커진다. 이는 기존의 부(富)를 세금으로 거둬 나누다가 재정 파탄에 이른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국가로 가는 길이다. 또한 다 같이 못 사는 ‘하향 평준화’의 길이기도 하다. 이래서는 한국 국민의 희망과 한국 경제의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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