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아랍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진 반정부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 진원지 튀니지에서 한 언론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분신 사망해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튀니지 북동부 카세린에 거주하는 언론인 압데라자크 조르기는 전날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화상이 심해 끝내 숨졌다. 조르기는 분신하기 전 인터넷에 올린 영상을 통해 실직 상태에 따른 좌절감과 ‘아랍의 봄’의 실현되지 않은 약속을 언급하면서 민중 봉기를 촉구했다.
실제 그가 사망한 24일 카세린에서는 주민들의 시위가 촉발돼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돌을 던지자 경찰이 최루 가스를 쏘며 해산을 시도하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띠었다. 이날 밤에도 카세린에서 시위가 일어나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다른 지역에도 시위 발생이 보고됐다.
앞서 튀니지에서는 2010년 12월 17일 20대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가 막막한 생계를 호소하며 분신자살, 북아프리카와 중동 정세를 뒤흔든 반정부 민주화 시위에 불을 붙였다. ‘아랍의 봄’으로 명명된 대규모 시위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의 23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고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에서도 민주주의 시위로 독재정권이 잇따라 무너졌다.
하지만 튀니지는 이후에도 실업과 극심한 빈곤이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수년간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에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분쟁으로 국민의 삶이 도탄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튀니지 언론인연맹은 성명을 통해 부패에 대한 관용이 조르기의 죽음을 불렀다며 민중 항쟁과 파업을 촉구했다. 아말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한 언론인은 “이 청년의 죽음은 대부분의 언론인이 처한 취약한 상황과 가난, 소외 탓”이라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