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銀 노조 19년만에 파업 강행] '조직 비대' 보여준 국민銀?…9,000명 파업에도 큰 혼란 없었다

고객 90% 이미 비대면으로 처리

일부지점 대출·환전 대기시간 늘어

"창구인력 남아도는 현실 드러나"

자기몫 챙기려다 폐부 드러낸 꼴

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



KB국민은행 노조원 9,000명(노조 추산)이 8일 하루 동안 파업에 나섰지만 은행 창구 혼란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영업시간 내에 한해 무인자동화입출금기(ATM) 이용수수료 등 각종 거래수수료를 면제해준 덕분에 창구로 몰리는 인력이 줄은데다 국민은행 고객 90%가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이용해 굳이 지점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도 대출이나 송금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국민은행 직원 1만7,000명(노조원 1만4,000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파업을 했는데도 고객 불편이 없었다는 것은 비대면 채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창구 직원의 비효율과 비대화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파업이 실패한 파업이 됐다는 것이다.


이날 국민은행은 노조 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전국 영업점을 평소처럼 대출 등 모든 업무를 받을 수 있는 거점점포와 일반 점포로 나눠 운영했다. 전국 411곳의 거점점포에서는 자금 마련이 시급한 고객을 응대할 수 있도록 대출업무는 물론 기업금융 업무까지 정상적으로 운영했다. 특히 고객 방문이 많은 지점의 경우 본부 직원이 현장에 파견됐다. 서울 여의도의 B지점은 객장이 혼잡해지지 않도록 방송을 통해 입출금이나 송금 등 간편업무의 경우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을 이용해달라고 안내했다. 일부 점포는 운영시간을 단축했지만 고객 불편은 크지 않았다. 실제 광화문과 강남·잠실 등 주요 지역 지점 창구는 고객 방문이 뜸해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울 송파구 E지점의 한 직원은 “평소에도 오전에 20명 정도밖에 방문을 안 하는데 오늘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개인사업자 김모씨는 “파업을 한다고 해서 지점이 혼잡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업무를 받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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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8일 서울 시내의 한 KB국민은행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8일 파업에도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설 연휴를 앞둔 이달 31일과 다음 달 1일 이틀간 2차 파업을 할 예정이다./권욱기자KB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8일 서울 시내의 한 KB국민은행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8일 파업에도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설 연휴를 앞둔 이달 31일과 다음 달 1일 이틀간 2차 파업을 할 예정이다./권욱기자


일부 지점의 경우 창구 절반 정도만 운영됐지만 대출 업무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다. 노조원 참여가 많은 일부 점포의 경우 환전·대출 등 일부 업무가 제한되면서 출입문 곳곳에 “파업으로 은행 업무처리 시간이 지연되거나 일부 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업무 창구가 막히자 고객들은 ATM을 이용하면서 큰 불편한 분위기를 보이지 않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파업에도 지점 업무가 큰 차질을 보이지 않은 것은 고객 대부분이 이미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파업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놓은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고객 3,100만여명 중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비중은 90% 수준이다. 텔레뱅킹도 고객 문의가 쇄도했지만 상담인력을 대폭 늘려 고객 불편을 줄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기업여신의 기한연장이나 대출 원리금 납부 등 이번 파업으로 정상 처리되지 않은 업무는 연체 이자 없이 처리해 고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측은 이날 파업 참가인원이 5,40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김기혁·손구민·허진·방진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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