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3.1운동 100년 통일염원 71년] "북녘 땅에 신품종 심어 전세계 수출하고파"

<5·끝>'8년간 北 종자 지원'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北 작물 재배기술 양호한 수준

미개발지 많아 채종 연구 최적

전문인력 육성·종자 공급 채비

해외공략 전초기지로 삼을 것"

류경오 대표 /사진제공=아시아종묘



“북한은 새로운 토종 채소 종자를 개발하는 데 최적의 테스트베드지요. 종자 교류사업이 재개되는 날을 고대하며 북한에 종자 지원하는 일을 이어가겠습니다.”

류경오(62·사진) 아시아종묘 대표는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북한에 무상으로 채소 종자를 보낸 이유가 북한 농가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종자 자원을 지키는 데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시아종묘가 8년간 북한에 지원한 종자만 32톤에 이른다. 류 대표는 최근 서울 송파 테라타워 내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미래에 북한이 개방되면 북녘땅에 새로운 품종을 심어 전 세계에 종자를 수출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에도 무·양배추 등 22가지 채소작물 종자 10톤을 보냈다. 류 대표는 물류를 담당한 남측 관계자의 사진과 문자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북송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중국 훈춘 보세창고를 거쳐 나선시에 도착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북한에 관심을 둔 것은 2000년대 중반 금강산 관광숙소에 댈 채소 종자납품을 맡은 게 계기가 됐다. 2007년 처음 방북한 류 대표는 개성에서 평양남새연구소 관계자와 만나 종자만 채집하는 채종 사업을 논의했다. 남새는 채소류를 지칭하는 북한말이다. 그는 “실제 평양 인근과 북한 강원도 고성에 우리 종자를 심어 ‘남새’를 키웠다”며 “북한은 경작 여건이 열악할 뿐 과거 독일 비영리단체(NGO) 등의 도움을 받아 농업기술을 쌓은 덕에 재배기술이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류경오 대표 /사진제공=아시아종묘


순탄할 것 같았던 종자교류 사업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중단됐다. 직접 방북할 수 없었던 류 대표는 북한을 왕래하는 해외 교포들이나 민간 지원단체 등을 통해 종자를 보냈다. 그는 “남새연구소 등 관계자들의 감사인사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며 “교류 중단 이후에도 북쪽에서 글로벌 최신 품종과 비슷한 종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해오는 등 종자 연구에 관심을 보여 놀랐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북한 개방에 대비해 공급할 종자를 미리 챙겨두고 있다. 그는 “채종기술을 전수해 북한 전문인력을 키우고 싶다”며 “무엇보다 종자가 서로 섞일 우려가 적은 북한 지역을 채종기지로 개발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남한은 농지 간격이 좁고 텃밭들이 많아 잡종이 나올 확률이 높지만 북쪽은 땅들이 개발되지 않아 채종연구에 적합하다는 것. 혈당강하 성분이 함유된 풋고추 등 기능성 채소 품종개발에 주력해 지난해 매출 185억원을 올린 아시아종묘는 개마고원 등에서 월동 배추·양파 등 내한성·호랭성(好冷性) 채소 종자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북한과의 합자회사가 아닌 직접투자회사로 운영해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수출 전초기지로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992년 회사 설립 후 ‘종자강국’ 꿈을 키우며 달려온 류 대표는 현재 도시농업포럼 회장, 한국종자협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북한과 개인적 연고는 없다. 최근 남북 교류가 막힌 틈을 타 중국 종자회사들이 북한을 자주 드나들면서 중국 종자가 대량 유입되고 있는 점은 걱정거리다. 그는 “중국 식탁에 오르는 채소들에 공략당한 북한 주민 입맛이 자연스레 중국 음식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는 형편”이라며 “이는 북한에 토종 채소를 무상이든, 유상이든 시급히 제공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박현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