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공적인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확신하는 가운데 북미가 고위급회담에서 어떤 비핵화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30일(현지시간) 나왔다. 핵 리스트 제출 등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가 빠진 비핵화 협상은 실패라는 미국 조야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북미협상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7일 열린 고위급회담과 관련해 “국무부와 백악관에서 이뤄진 모든 논의들도 비핵화에 관해서는 아무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급속히 퍼지고 있는 비핵화 회의론 차단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는 2월 말에 북미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며 회담 개최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정상회담)을 아시아의 모처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 정보수장들의 부정적인 평가와 관련해 “비핵화를 위한 괜찮은 기회”라며 반박했다. 다만 미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글에 언급된 ‘괜찮은 기회’라는 단어가 정치권에서 협상의 기존 규칙과 조건을 바꿀 때 쓰는 표현이라며 비핵화 협상이 CVID에서 핵 동결로 후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CNN에 따르면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을 위한 ‘평화협정’을 얻어내기 전까지는 어떤 양보도 거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매듭짓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 정치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하원은 이날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할 경우 ‘한국이 충돌을 막을 능력이 있는지, 또 동맹국들과 협의했는지 입증하라’는 내용을 통해 주한미군 감축을 까다롭게 만드는 법안을 발의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종전선언과 관련해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지만 평화체제로 전환될 경우 미군의 한반도 주둔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는 사진을 게시했다.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청사에서 머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