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증권거래세 논의때 금융당국이 진짜 할 일

조양준 증권부 기자




주식거래(매도) 시 0.3%를 일괄적으로 떼는 증권거래세가 56년 만에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번(1월15일·2월21일)이나 여의도를 가로질러 금융투자업계를 만날 만큼 강한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거래세 부담이 줄면 유동성이 확대돼 증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인 만큼 이 같은 의지는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왕 판을 바꾸려고 마음먹었다면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증권거래세 조정은 주식시장이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체질이 바뀌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공통된 분석이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거래세가 낮아지면 세금 때문에 현물과 선물 간 차익을 내기 힘들었던 프로그램 차익거래와 단기적·소규모 거래 기회를 포착하는 알고리즘 매매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둘의 혼합 역시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컨대 대규모 자금을 갖고 기계적으로 주식 현·선물을 빠른 속도로 사고팔아 이익을 남기는 식이다. 이건 하나의 예일 뿐 응용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런데 “…다양한 트레이딩 전략이 등장해…증시가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의 흥분 속에 개인투자자의 몫은 얼마나 될까. 또 거래기술이 고도화하면 불공정 거래 역시 고도화될 게 뻔하다. 이를 감시하고 제재할 시스템을 우리는 갖고 있나.


증시 활성화의 근거인 ‘유동성’에 대한 의문 역시 제기된다. 증권거래세가 없는 미국에서는 밀리세컨드, 즉 0.001초 단위로 이뤄지는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를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서 거래량만 늘린 뒤 돈을 챙긴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주가지수가 많게는 수백 포인트씩 솟았다가 꺼지는 극단적인 변동성의 주범으로 지목받기도 한다. 증권거래세 조정은 세계적으로 논란이 뜨거운 이런 간단하지 않은 문제들을 갑자기 우리의 일상으로 만들 수 있다. 유토피아만 그리는 논의는 위험하다는 뜻이다.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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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인 것 같다. 세수 문제를 두고 벌이는 정치권과 기획재정부의 힘겨루기를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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