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시그널] 회계감사 강화에…'실세'로 뜬 회계법인 심리실

감사의견 관문 담당…입김 세져

부서 늘리고 전문가 영입 잇따라

官출신들 '희망부서'로 손꼽기도

심리실(품질관리실)은 대형 회계 법인에서는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회계법인 심리실은 감사가 적정하게 잘 이루어 졌는지를 검토하는 곳인데, 회계감사의 마지막 관문을 담당한다. 내근부서인데다 고객사들과의 현장 소통도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회계법인 심리실이 실세부서로 떠올랐다. 덩달아 인기도 치솟았다. 왜 그럴까.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14일 “강화되는 외부감사법이 회계법인 내의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면서 “심리실이 퇴짜를 놓으면 감사의견을 받기 힘든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감사의견 거절도 늘었다. 2016년 12곳에 그쳤던 감사의견 거절은 2017년 21곳으로 늘더니 올해는 36개(10일 현재)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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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감사를 강화하려는 금융감독당국의 조치에 따른 변화다. 외부감사법은 내년부터 몇 가지 항목이 더 까다로워 진다. 주기적 지정 감사제는 기업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고 이후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내년 200여개 기업의 감사인이 강제로 교체된다. 특정 회계펌을 선임해 이뤄졌던 회계를 지정 감사인이 다시 판단할 수 있어 문제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이전보다 더 깐깐하게 감사를 하고 있다. 부실감사가 발생할 시 회계법인은 앞으로 중징계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감사품질을 관리하는 내부 감독기관에 힘이 실렸다. 주요 4대 대형 회계법인들은 품질관리실 규모를 확대했고, 독립성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의 연봉 기준을 상향하는 등 처우를 개선하고 있다.

급기야 현장에서 기업들과 직접 소통하는 회계사들도 내부 심리실의 보수적인 기준을 넘기기 쉽지 않았다. 감사에 통과한 기업들도 심리실로부터 수번 퇴짜를 맞는 사례도 늘었다고 한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감사인이 적정 의견을 주려다가도 심리실을 통과하지 못해 의견거절을 받는 사례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회계법인은 내부 감사 체계 강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업계 전문가를 영입하자 금감원과 금융위 등 공직자 출신 회계사들도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감사실의 인기가 좋아지면서 관 출신 회계사들이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실을 다음 자리로 점찍어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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