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할리데이비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바이크, FXDR™ 114를 만났다. 1,868㏄에 공차 중량 289㎏으로 상당한 덩치지만 막상 타보면 편안한 여타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워낙 힘이 넘쳐 출발하자마자 튀어 나갔고 가속도 때로는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이뤄질 만큼 터프했다. 과거 시승했던 ‘다이나 로우라이더’ 같은 바이크는 3단을 넘어가면 매끄러운 실크 위를 달리는 듯한 주행감이 인상적이었지만 FXDR™ 114는 기어 단수와 속도·RPM에 상관없이 터프함을 고수했다. 엔진브레이크마저도 강력해 초반에는 바이크가 울컥거릴 정도였다.
이처럼 넘치는 힘의 근원은 1,868㏄의 V트윈 엔진이 장착된데다 애초부터 드래그머신 스타일을 표방한 덕분이다. 드래그 레이스는 수백m 정도의 직선거리를 누가 더 빨리 주파하는지 겨루는 경기로 그만큼 힘 넘치고 우락부락한 기종이 유리하다.
포지션도 만만치 않았다. 주행 중 발을 올려두는 풋페그가 상당히 앞쪽에 달려 있어 다리를 쭉 뻗어야 하고 바이크 자체가 크다 보니 팔도 거의 굽힐 수 없었다. 사지를 모두 뻗고 달리는 자세에 익숙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체구가 작은 라이더에게는 다소 적절하지 않은 바이크라는 느낌이었다.
시트는 푹신하기보다는 단단한 편이다. 그나마 시트고가 720㎜로 낮아 바이크를 조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방향지시등은 좌우 회전이 끝난 후 자동으로 꺼지며 스마트키 시스템을 갖췄다. 리어 서스펜션은 라이더의 체중에 따라 직접 조절할 수 있도록 다이얼이 달려 있다. 클러치는 할리데이비슨 바이크가 보통 그렇듯 다소 무거운 편이다. FXDR™ 114의 가격은 3,400만원이다.
총평하자면 할리데이비슨 FXDR™ 114는 “감당할 수 있겠어?”라는 오글거리는 영화 대사를 떠올리게 하는 바이크다. 초심자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터프함과 넘치는 힘을 즐길 수 있는 라이더라면 권할 만하다. 시승차 반납 후 근처 카페에 들렀다가 다시 나오는 길에 FXDR™ 114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할리데이비슨 직원을 목격했다. 결국 실력의 문제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