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설훈 "내주 北에 식량 5만톤 지원"...'설익은' 말실수

민주당 판문점서 현장 최고위서 "5~9월 넘겨서난 안돼"

통일부 "확정 안됐다"..."또 말실수" 당내 일각 비판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4·27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3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의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집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북측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4·27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3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의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집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북측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1일 “정부가 다음 주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 5만 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설 최고위원의 발언은 사전에 정부와 협의하지 않은 내용으로 통일부 측은 “확정이 된 바는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설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4·27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해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집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은 현재 국제기구에 식량 원조를 요청하는 등 외부 지원이 절실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식량 부족을 해결하려면 145만톤 넘게 필요하다”며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5∼9월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비판 의견이 다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즉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설 최고위원의 발언대로 북한의 식량 사정은 굉장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형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은 지난 30일 통일연구원이 개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북한 내) 인도적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특히 어린이들의 영양 실태에서 지역 간 격차가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양강도는 3명 중 1명이 발육 부진인 반면 평양은 10명 중 1명꼴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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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31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북한군 판문점 경비병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31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북한군 판문점 경비병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과 통일부 관계자는 이 같은 설 최고위원의 발언이 정부와 사전 조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보도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설 최고위원이 구체적인 대북 식량 지원 수치를 공개한 데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확정이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시점이나 여건 등에 대한 견해가 대북 전문가나 정치권에서 엇갈리고 있어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여당 내부에서도 설 최고위원의 잇단 말실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설 최고위원은 지난 2월에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20대 남성 지지율의 하락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분들(20대)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10년 전부터 집권한 세력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설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은 지도부는 이날 판문점에서 ‘평화 띄우기’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이해찬 대표는 “평화는 우리에게 생존의 문제로, 작년 시작된 대화 국면은 평화를 완성시킬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다행히 문재인 정부 임기가 3년이 남은 만큼,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창의적 해법을 낼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최고위원은 “평화의 바람이 불어온 판문점은 역사의 현장이 됐고, 어느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신(新)북풍’이나 ‘북풍’ 운운하는 것은 한반도 경제 활력에 대한 국민 염원을 ‘나몰라라’ 하는 국민적 모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고위 회의에 앞서 지도부는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집’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산책을 하고 단독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 양 정상이 기념식수를 한 장소 등을 둘러봤다. 지도부는 회의를 마치고 북측 판문각을 향해 다 같이 손을 흔드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일정을 진행했다.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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