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원장이 31일 “김정은 위원장이 지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 한마디에 국회 정상화는커녕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더욱 첨예해졌다. 국회법상 6월 임시국회 개회 하루 전인 이날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 소집은 결국 불발됐고, 꽉 막힌 정국을 풀겠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하루 사이로 연 의원 워크숍과 연석회의는 정상화 해법 마련보다 당내 단결력만 높인 꼴이 됐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지도자로서 조직과 국가를 이끌어가려면 신상필벌이 분명해야 하는데 김정은은 잘못하니 책임을 묻는다”면서 “북한 김정은에게서 야만성, 불법성, 비인간성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는 지도자로서 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정 위원장의 발언 3시간 만에 사과표명을 했지만 윤리위원회 징계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은 “역대급 망언”이라며 정 위원장의 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헝가리 유람선 사고 대책으로 여념이 없는 대통령을 이렇게 저열한 방식으로 공격을 해야 직성이 풀리느냐”면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데, 이렇게 자극적이고 몰지각한 언어로 대통령을 욕보여야만 야당의 할 일을 하는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도 “말문이 막힌다.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 이어 정책위의장까지 당 3역이 막말 금메달 경쟁을 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한국당 설득에 실패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열겠다고 하면서 일찌감치 삐걱거리던 국회 정상화는 정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더욱 수렁에 빠지게 됐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사과와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민주적 자세를 보여야 국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합의되지도 않은 원내대표 회동을 여당이 먼저 언론에 알렸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 수석은 “협상 당사자라 말을 아끼겠으나 이건 아니다”라며 “어제오늘 일어나는 일들은 여당이 진정성이 없고 청와대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쇼’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송종호·천안=김인엽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