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전쟁의 분수령이 될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겨냥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공세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강조하며 응수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미국이 시 주석의 방북 사실이 알려진 직후 북한의 FFVD를 언급한 것은 중국의 대북제재 공조 이탈에 대한 단속에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매체 보도의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우리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전격 평양 방문의 배경에는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중 패권 전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미중 경쟁은 남중국해 항행문제, 대만 및 홍콩 문제 등 안보 이슈로 번지며 생존 문제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시 주석의 ‘역린’인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홍콩 문제도 중국 중앙정부와는 반대되는 입장을 피력하며선 미중 갈등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시 주석은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로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 시 주석은 외부의 적인 미국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분까지 발생하자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북중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범철(서경펠로)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시 주석이 그간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방북을 안 했는데 최근 미중 상황이 격화되면서 미국이 중국의 역린인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홍콩 문제까지 건드리자 공세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북·중 간 만남에 대해서 미국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면서 “워싱턴은 대북 최대 압박 전략 이행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 주석이 미국의 대북 전략을 위배하기로 마음먹는다면 그는 북·중 간 국경 개방을 통해 며칠 만에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는 워싱턴을 겁에 질리게 할 것이라는 점이 슬픈 소식”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FFVD보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공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한 비핵화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신 센터장은 “시 주석의 방북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며 “결국 북한의 협상 레버리지를 높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완고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중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작전타임’ 성격이 강했던 만큼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애틀랜틱 카운슬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몇 차례에 걸친 과거 김정은의 방북에 비춰볼 때 (시 주석의) 이번 답방 추진은 일정 기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추가 핵 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또는 그 외의 추가 도벌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예방적’ 차원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시 주석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관련 해법을 북측에 제시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