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중국 취약성 일깨워준 홍콩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경제성장 속 유지된 억압체제

홍콩시위로 심각한 압박 처해

무역전쟁보다 큰 문제될 수도

파리드 자카리아파리드 자카리아



지난 16일 주최 측 추산 200만명을 헤아리는 홍콩인들이 도심을 가로지르며 중국의 ‘폭압적인’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행진을 벌였다. 주최 측 추산이 정확하다면 홍콩시민 10명 당 4명이 점차 확대되는 중국의 개입에 맞서 거리로 뛰쳐나온 셈이다.

앞으로의 전개 상황을 속단하기 어렵지만 홍콩 사태는 우리가 곧잘 잊어버리는 한 가지 사실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바로 중국 정치 시스템의 취약성이다.


중국의 굴기는 기적을 방불케 했다. 아주 간단히 말해, 인류사에 기록된 가장 성공적인 경제개발 사례였다. 중국의 국민총생산(GDP)은 40년에 걸쳐 매년 10%가량 성장했고 8억5,000만명의 중국인들이 빈곤에서 해방됐다. 지구상 전체 빈민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기적적인 굴기를 통해 정치학의 철칙을 비껴간 예외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정치학자들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사이에 대단히 강력한 연결고리가 존재함을 거듭 확인했다. 경쟁이라도 하듯 경제 현대화에 나선 국가들은 대체로 사회 변화를 강요당했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정치 시스템을 더욱 책임 있고 개방된 민주적인 체제로 만들라는 압박에 직면했다.

물론 일부 산유국 등 현대화를 추진할 필요 없이 국부를 일군 ‘국외자’들도 더러 존재한다. 그럼에도 컬럼비아대의 데이비드 엡스타인을 비롯한 정치학자들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사이의 기본적인 연관관계, 다시 말해 나라가 부유해지면 민주적 시스템을 채택할 기회 역시 늘어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중국은 아니다. 최근까지 ‘현대화 이론’의 주된 예외로는 지극히 유능한 지도자들을 연이어 배출한 소형 도시국가로 외부세계에 좀처럼 속살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싱가포르가 꼽혔다. 중국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부유해졌으나 단호하게 비민주적인 시스템을 고수했다. 요즘 몇 년간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더욱 억압적이 됐고, 검열이 강화됐으며, 국가주석은 스스로 최고지도자의 임기제한을 철폐했다.


민주정체 없이 독자적인 방법으로 경제적 풍요를 일구는 중국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시간대의 위엔위엔 앙은 지난 수십여년간 중국이 ‘민주적 특성을 지닌 전제주의’를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개혁은 한때 정체상태에 빠졌던 공산당의 방대한 행정관료제를 이전보다 훨씬 유연하고 투명하며 책임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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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은 이러한 변화 역시 정치적 개혁의 일종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앙과 그의 동료들은 까다로운 시험과 평가, 경제성장 같은 성과물을 객관적 척도로 삼아 관리들의 승진이 이뤄지는 중국의 고도화된 성적주의 정치 시스템을 지적한다. 이 같은 극도의 경쟁체제가 정치적 퀄리티와 대응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중국 시스템을 두둔하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산둥대의 대니얼 벨 같은 학자들은 실적주의 정치 모델은 유교사회의 핵심적 특징인 관료집단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헷갈려서는 안 된다. 제아무리 양질의 관료주의라도 유권자들이 직접 지도자를 선출하고 권력에서 축출하기도 하는 민주주의와 같지 않다. 유교사회에 관한 문화적 논쟁을 들을 때마다 홍콩과 대만을 잊지 말라. 지난 수주 동안 우리가 명확히 봤듯이 둘 다 민주주의를 강력히 선호하는 철두철미한 중국 사회다.

지금 미국은 중국과 여러 면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다툼에서 미국은 과거 소련에 대해 그랬듯이 그들의 적을 10피트짜리 거인으로 믿는 잘못을 종종 저지른다.

하지만 과연 중국이 냉전 시대의 개념인 미국의 주적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그보다는 차라리 중국을 강력한 경쟁자로 묘사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대단한 강점을 가졌지만 약점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시진핑 국가주석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자. 중국의 성장은 크게 둔화됐다. 지금 중국 경제는 지방정부들과 관영기업들이 빌려온 엄청난 차입금으로 지탱된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의 결과물인 노동력 감소에 직면한 상태다 (이는 중앙 정부가 지시한 잘못된 정책이 일사불란하게 시행되면서 발생한 결과로 독재정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고전적 본보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지금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포퓰리즘과 반엘리트주의 시대에 중국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소수 엘리트 집단이 지배하는 사회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성장에 대한 약속과 무력에 의존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교묘한 검열제도와 자국 주민들에 대한 감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중국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좋은 정부와 현명한 관료들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점을 분명히 한 수백만명의 홍콩과 대만의 대중과 유전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은 중국 인민들과 마주하고 있다. 시진핑에게는 이것이 미국과의 무역전쟁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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