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이틀째인 10일 여야는 일본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일본 경제 보복에 따른 우리 기업의 어려움과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놓고 우려를 쏟아낸 가운데 야당은 선제적인 대응책을 준비하지 못한 정부를 집중 공격했다. 반면 여당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여건에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덮쳤다며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국회처리와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정부질문의 포문은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지난 2년 동안 현 정부는 과거 탓하기만 해오다 과거의 유령이 경제를 파괴하고 급기야 일본과 경제전쟁까지 촉발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산업에서는 재고 확보가 긴요하다”며 “기업인들이 피를 말려가며 재고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 눈물이 날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선 수입처의 다변화, 국내 생산 역량 확충, 국산화 촉진 등을 함께해가며 중장기적으로 부품 소재·장비 산업의 획기적 육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총리는 과거 탓만 해온 정부가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촉발하게 했다는 김 의원의 발언을 언급한 뒤 “동의할 수 없다”며 “일본 측이 수출규제를 강화해 촉발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에 이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재차 강조하며 “일본은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지 않다. 일본의 재고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곽대훈 한국당 의원은 구체적인 피해 규모에 대한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안일함을 파고들었다. 곽 의원은 일본 경제 보복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 폭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하자 “피해 분석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다그쳤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대응과 파급력 등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하고 “(기존 시장 전망치상으로) 반도체의 경우 가격은 36%가 떨어지고 물량은 12%가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의 최대 방점을 민간투자가 살아나도록 수출을 촉진하는 데 두고 주력하겠다”며 “2·4분기부터 성장률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정부가 허망한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이 대표적”이라고 경제정책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 52시간제의 획일적 도입으로 국가 경제 곳곳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질타했다. 거듭된 지적에 홍 부총리는 “국회에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는 법안을 제출했는데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그 같은 (개편) 구조를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고 국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정할 생각은 안 하고 전 정부 탓, 대외여건 탓, 추경 탓 등 남 탓만 하고 있다”며 쏘아붙였다.
여당 의원들은 일본 경제 보복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경의 증액을 요구하며 정부에 힘을 보탰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경 처리가 예정된 19일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했고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일본 경제 보복을 극복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하면 이번 추경안에 증액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의원은 “헌법 제76조 따라 긴급제정 명령을 발동해서라도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리도 “야당 역시 한일 경제마찰의 위중함을 알고 있어 이것이 재해가 아닌가 하는 의식으로 도와주시길 바란다”며 “몇 개월이라도 빨리 시작하기 위해 최소한 1,200억원가량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