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3법’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의 문턱도 넘지 못하는 등 연내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유럽연합(EU) 수출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지난해부터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시행해왔는데 상대국이 이 기준을 충족시킬 법 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을 경우 수출기업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압박하고 있어서다. 해당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EU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정쟁에 빠져 민생법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한 결과가 수출기업에 부메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3면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EU는 조만간 한국을 상대로 세번째 개인정보보호 적정성 평가를 진행한다. 지난해부터 GDPR을 시행 중인 EU는 매년 수출 상대국이 개인정보보호 법체제를 갖췄는지 적정성 평가를 하는데 국회 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EU는 수출 상대국에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 일원화와 개인정보의 비인식화 체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3법 개정안에는 EU의 요구를 충족할 내용이 포함됐지만 처리가 지연되면서 이번 평가 때 부적합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과 2018년 개인정보보호 체계 미흡으로 EU의 적정성 평가에서 두 차례 탈락했지만, 국회의 통과 노력을 전제로 유예됐다. EU가 한국을 부적합 국가로 판정내리면 최악의 경우 EU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5조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해당 기업의 전 세계 연간 수출액의 4%를 과징금으로 물리는데 대기업은 자체 인력 등을 투입해 그나마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 결국 수출 중소기업에만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 등은 EU의 GDPR 기준을 맞출 수 있게 데이터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선진국들의 데이터 활용을 볼 때 데이터 경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이를 부정하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일”이라며 데이터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