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한일 핵무장론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든 데 대해 북한은 9일 정권수립 71주년(9·9절)을 맞아 사회주의권 지도자들과의 우호 관계를 과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축전을 통해 “(김정은)위원장 동지와 함께 전통적인 중조(중북) 친선을 계승 발전시키고 두 나라 친선협조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더욱 발전되도록 추동함으로써 두 나라와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보다 큰 행복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9·9절을 맞아 북중 우호 관계를 과시한 것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중 패권 전쟁이라는 정세를 최대한 활용해 제재완화 등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미국으로부터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 6월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통한 경제지원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숨통을 틔워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전날 한일 핵무장론에 이어 협상중단까지 시사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 ABC방송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지 않거나 미사일 실험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실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국정 최고 책임자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 실패에 따른 한일 핵무장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재차 나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6일(현지시간) 개정 발간한 ‘비전략 핵무기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하며 “동맹국들은 미국의 핵무기를 신뢰하지 못하게 될 경우 스스로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