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CEO&STORY]"美·中과 싸우자니 가랑이 찢어질 지경...과감한 정부지원 절실"

■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퀄컴, 반도체개발에 1.4만명 투입

中 지원액은 韓보다 0 하나 더붙어

글로벌 골리앗들과 맞상대하려면

정부 지원전략 선택과 집중 필요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가 4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권욱기자이장규 텔레칩스 대표가 4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권욱기자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미국·중국 업체들을 따라잡으려니 솔직히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입니다.”

이장규(사진) 텔레칩스 대표는 4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국내 중소기업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미국 퀄컴은 1만4,000명가량의 개발·지원 인력을 자동차용 반도체산업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입한다고 하고 중국은 자국 팹리스 기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굉장한 지원을 쏟아부어 지원금의 규모 면에서 우리보다 ‘0’ 단위 숫자가 하나 더 붙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국내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이 규모의 경쟁 면에서 다윗과 골리앗 수준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도전적으로 첨단 생산공정에 투자해 동시에 여러 개의 제품 라인업을 만드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퀄컴은 이미 8나노 공정을 적용 중이며 특히 삼성은 현재 개발 중인 7나노공정을 넘어 향후에는 5나노급 공정까지도 넘보고 있다. 그에 비해 텔레칩스와 같은 국내 중소 팹리스들은 대부분 14나노 공정 수준에 머무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저희가 현재 14나노급 공정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 8나노 공정으로 가려면 개발비가 엄청나게 들어간다”며 “그래도 8나노 공정을 적용하면 연산속도를 기준으로 현재보다 8~10배 정도 성능이 더 향상된 칩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공정 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렇게 첨단 공정을 따라잡아도 선발 대기업들은 또 1~2세대 앞선 공정을 도입하고 한 번에 여러 개의 라인업으로 제품을 내놓기 때문에 모든 품목에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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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팹리스의 칩셋 개발비가 어느 정도이기에 힘겨워하는 것일까. 이 대표는 “보통 1개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300억~500억원 정도 들어간다”며 “이렇게 돈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 (납품처로부터) 채택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으로서는) 경영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의 이 같은 신제품 개발 투자 리스크 부담만이라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지원이 확대되기를 업계가 절실히 바라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전언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팹리스 육성을 위한 재정 지원을 실시해왔다. 다만 절대적인 규모 면에서 아직 기업현장의 갈증을 해갈하기에는 많이 미흡하다. 이 대표는 “정부 지원의 주요한 방법은 국책과제로 선정된 팹리스에 대해 개발비를 보전해주는 것인데 기존의 경험으로 보면 칩개발비의 10~20% 정도를 지원 받았다던 것으로 안다. 좀 더 대규모 지원이 된다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내 팹리스들이 규모의 경쟁으로 밀고 오는 글로벌 대기업들과 상대하려면 철저히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기업투자와 정부지원전략을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계기판이 전자 클러스터화되고 헤드업디스플레이와 뒷좌석 모니터 등을 다 아울러서 ‘디지털 콕핏’이라는 개념으로 융합되고 있어 이 분야에서 제외되면 시장을 완전히 잃게 된다”며 “이 디지털 콕핏과 인포테인먼트 쪽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집중해야 하며 여기에 더해 지능화 기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자동차회사들도 이제는 (전장부품 등에서) 국산 제품을 많이 써주고 있고 국내 기술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도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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