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단독] 기획부동산, ‘파이시티의 눈물’ 범현대가 땅 수백명에 쪼개 팔았다

2017년 경매서 낙찰 받은 뒤 200여명에게 지분 나눠 팔아

낙찰가는 22억인데 현재까지 42억치 팔아…20억 수익 거둬

정몽선 전 현대시멘트 회장이 35여년간 보유했던 경기 안성시의 12만3,131㎥ 규모 토지를 기획부동산이 경매로 낙찰받아 약 200여명에게 지분으로 쪼개판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93년에 별세한 정 전 회장의 첫 부인과 자녀 묘소 2개가 있던 땅이다. 이 땅들은 현대시멘트의 자회사 성우종합건설에 채무 보증으로 제공됐다가 양재동 복합유통시설 ‘파이시티’ 사업 실패의 영향으로 경매에 넘어갔다.

16일 부동산실거래가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이 1983년부터 보유하던 경기 안성시 대덕면 삼한리의 6개 필지(209-1, 209-2, 산46-3, 산47-1, 산50, 산50-1)를 2017년 신한법원경매라는 회사가 낙찰받았다. 6개 필지의 경매 감정가는 62억1,907만원이었는데 세 번 유찰을 거쳐 낙찰됐다. 낙찰가는 22억180만원으로 감정가의 35.4%가량이었다.




정몽선 전 현대시멘트 회장이 성우종합건설의 채무 보증에 제공했다가 경매로 넘어간 경기 안성군 대덕면 삼한리 필지 6곳./자료제공=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정몽선 전 현대시멘트 회장이 성우종합건설의 채무 보증에 제공했다가 경매로 넘어간 경기 안성군 대덕면 삼한리 필지 6곳./자료제공=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이 토지는 우리은행이 2010년 100억원 규모의 근저당을 설정했다가 2016년께 경매에 넘긴 것이다. 정 전 회장은 성우종합건설의 채무 보증에 이 땅들을 제공했다. 파이시티 사업의 실패로 성우종합건설이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우리은행이 채권 회수를 위해 경매에 부친 것으로 보인다.

이 땅들의 등기부등본을 보니 신한법원경매는 낙찰 직후 더신한경매·더한국경매·신한경매옥션·오케이신한경매와 지분을 나눴다. 그리고 각 업체는 개인에게 지분으로 쪼개 팔았다.


지분 가격은 토지별로 3.3㎡당 18만~22만원 수준이다. 이는 3.3㎡당 낙찰가 5만9,894원보다 3.5배가량 높다. 3.3㎡당 경매 감정가 16만9,173원보다도 20%가량 높다. 6개 땅의 개별 감정가는 3.3㎡당 7만2,600~34만723원으로 격차가 컸는데 기획부동산은 땅의 실제 가치를 따지지 않고 판매의 용이성을 위해 비슷한 가격으로 판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땅의 지분을 산 개인은 현재까지 총 196명. 1인당 매입가격은 2,200만원, 면적은 337㎡다. 기획부동산의 총 판매가격은 42억6,590만원. 총 판매면적은 6만5,543㎡로 전체의 54%다. 즉 땅을 절반 조금 넘게 팔아 2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들이 28명에게 쪼개 판 삼한리 209-2번지에는 분묘 2개도 있다. 1993년에 별세한 정 전 회장의 첫 부인 김미희씨와 자녀의 묘소였는데 토지 매각 전에 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부동산 직원들은 이 땅과 관련해 네이버블로그에 “범현대그룹 정몽선 전 회장의 땅을 분양한다” “성우종합건설이 판단을 마친 땅”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지분 쪼개기 판매는 ‘분양’과는 거리가 멀며 이 땅은 정 전 회장의 개인 소유로 성우종합건설의 사업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다. 이 지역의 한 주민은 “해당 토지와 도로 사이에 농지가 있어 진입로가 좁다”며 “2000년대 초반 땅을 판다 만다 소문이 있었지만 팔리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기획부동산들은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 사학재단이 보유했던 토지라거나 그 인근 토지라는 것을 광고 소재로 즐겨 삼는다”며 “그러나 그러한 소유 여부가 가격 상승이나 개발 가능성을 입증해주는 것은 아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신한경매 계열 기획부동산은 서울경제가 4월 ‘2018년 6월1일~2019년 4월12일에 공유인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50개 필지’를 분석했을 때 10개 필지의 지분 판매에 관여한 곳이다. 이는 우리 계열(25개), 케이비 계열(19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이들 업체는 최근 코리아경매·제이경매·오케이토지·다우림종합건설 등으로 법인명을 바꿨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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