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운용리스와 관련된 자산·부채가 재무제표에 계상된다. 이 때문에 운용리스 비중이 높은 항공 및 유통업체의 경우 운용리스 관련 미지급금이 부채로 계산되면서 부채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자료가 지난해 많이 발간됐다. 회계기준의 변화는 주식시장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이다. 왜냐하면 회계기준이 바뀐다고 해서 회사의 본질 가치나 영업 가치가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주가란 장기적 관점의 회사의 본질적·경제적 가치를 투영한다. 단순히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공시 변화로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회계 오류나 부정으로 인한 스캔들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 예로 2001년 미국에서는 엔론 분식회계 사건으로 재공시 후 시가총액이 60조원가량 증발한 일이 있었고 가까이 2015년 캐나다에서는 밸리언트파마사의 주가가 재공시 후 75조원이 날아간 사례가 있다.
기업의 회계공시 정보의 질은 주가에 영향을 준다. 회계분석 시스템인 크레디트스위스홀트(HOLT)는 공시된 회계 정보를 수익인식·비용처리·현금흐름·대차대조표의 네 가지 기준으로 대분류한 뒤 이를 다시 15개의 세부항목으로 분류해 해당 기업 회계의 질을 계량화하는데 이렇게 산출된 점수가 상위 20%인 회사는 평균 주식시장에 주가를 약간 웃돌거나 주가 인덱스 정도의 주가 실적을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미있는 점은 회계공시 정보의 질에 대한 점수가 낮은 회사들은 평균 주식시장 주가를 훨씬 밑도는 주가흐름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2016년부터 더욱 두드러지는데 특히 미국의 경우 2018년과 2019년 회계공시 정보 평가가 하위 20%인 회사들은 주식시장을 평균 8%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점수가 상위 20%인 회사들은 주식시장 주가보다 평균 2% 상회하는 주가흐름을 보였다. 또한 회계공시 정보의 질은 변동성이 더 큰 시장일수록 주가 변동과 관련해 더 큰 변별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회계공시 정보의 질을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아웃퍼포먼스의 원천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평균보다 주가가 하회할 회사를 걸러내는 도구로는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식시장에서 거버넌스와 수탁자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수탁자 책임은 정의나 공정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수탁자 책임을 다한 회사일수록 주식시장에서 좋은 수익률을 보여줄 때 의미 있는 것이다. 수탁자 책임을 정량화해 주가흐름을 추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성실한 회계공시도 수탁자 책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회계공시 정보의 질을 잘 따져본다면 주식투자 시 리스크 통제 모델로 충분히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