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월 내수 판매량이 지난 2013년 2월 이후 7년 만에 10만대를 밑돌았다. 수출에서는 르노삼성과 한국GM, 쌍용차 등 국내 외국계 완성차 업체 3곳의 수출량이 급감하며 우려했던 ‘일감 절벽’이 현실화했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9만9,602대로 10만대에 못 미쳤다. 현대차가 4만7,591대, 기아차가 3만7,050대를 팔았고 쌍용차가 5,557대, 한국GM이 5,101대, 르노삼성이 4,303대를 팔았다. 내수판매 부진은 지난달 설 연유가 있었던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출은 외국계 3사의 성적표가 크게 부진했다. 르노삼성의 지난달 수출량은 1,930대에 그쳐 전년 동월 8,519대보다 77.3% 급락했다. 오는 3월로 위탁생산이 끝나는 로그의 수출량이 줄어든 직격탄을 맞았다. 로그 수출은 2019년 1월 7,265대였지만 지난달에는 1,230대로 83.1% 줄어들었다. 사실상 지난해로 생산이 끝난 상황이다.
문제는 르노삼성 일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로그 생산이 끝났지만 신차 배정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로그 수출량은 전체 수출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프랑스 르노 본사의 2인자 호세 비센테 데로스 모소스 제조 부문 총괄 부회장은 최근 방한해 “노사 문제와 파업 이슈로 비용과 납기가 3년 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며 “신차 ‘XM3’의 수출 물량을 확보하려면 노사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GM도 지난달 수출량이 1만5,383대로 전년 동월 3만3,652대에서 54.3% 줄었다. 경승용차(스파크) 수출량이 같은 기간 1만1,863대에서 3,002대로 무려 74.7% 급감했고, RV(트랙스) 수출은 2만188대에서 1만1,851대로 41.3% 줄었다. “세계적인 경차 수요 감소와 부평1공장서 생산되던 트랙스가 부평2공장으로 이동하며 생산이 준 탓이 크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수출량이 내수 판매량의 3배가 넘는 한국GM에게 수출감소는 심각한 악재다. 이달 들어 신차 ‘트레일블레이저’를 양산하기 시작했지만, 이 차 이후엔 3년 이상 물량 배정 계획이 없다. GM 본사가 약속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은 2023년에야 시작될 전망이다.
쌍용차 수출량 또한 지난달 2,096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20.4% 떨어졌다. 내수 시장에서 고전(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36.8% 감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쌍용차는 수출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지만 해외에서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