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청소년 책의 해’로 선포했다. 출판·독서·도서관·청소년·서점 등 여러 관련 분야 민간단체들로 구성된 ‘2020 청소년 책의 해 네트워크’는 지난 1월30일에 ‘청소년 책의 해’ 상징·표어·포스터와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청소년 책의 해’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사실 올 한 해 동안 추진하겠다고 이날 발표한 7대 사업이 무릎을 칠 만큼 신묘하고 새로운 것은 아니다. 독서진흥 활동의 긴 역사 속에서 꽤 익숙한 사업들이 많다. 하긴, 하늘 아래 새로운 독서진흥 정책이나 활동이 더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새삼 기대하는 이유는 이 사업들이 평소 현장에서 청소년들과 호흡을 함께 해온 교사·사서·작가 등으로 꾸려진 실행위원회가 13차례나 회의를 거듭하면서 최종 확정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청소년을 지도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고집하는 한 독서진흥 캠페인을 포함해서 어떤 청소년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소 생각 때문이다.
‘독서는 옳고 좋은 것’이라는 명제를 누구도 반박하지 않겠지만, 막상 독서 실태를 알려주는 통계 지표는 점점 더 내려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연간 독서량은 성인 9.4권, 학생 34.3권이다. 2년 전에 비해서 성인은 0.5권, 학생은 1.3권 감소했다. 초등학생이 연간 75.7권을 읽는 데 비해 중학생은 23.9권, 고등학생은 12.5권을 읽는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독서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학생들이 책 읽기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나 학원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라고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16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서 활동 실태 조사에서 고등학교 재학 중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응답자 비율이 15.5%에 이른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은 인생에서 가장 감수성이 풍부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정신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기에 즐겁고 유익한 독서 경험을 많이 한 청소년일수록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독서 활동이 활발한 학생일수록 학업성취도·진로성숙도·다문화수용성·자기효능감 등 인지·비인지적 발달 수준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차고 넘친다.
모든 청소년은 독서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어른들은 이들을 위해 좋은 책을 더 많이 출판하고, 학교와 마을에 멋진 도서관을 더 많이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우리가 ‘청소년 책의 해’ 사업이 알차고 성공적인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