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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병 있으면 급속 진행...폐·신장·심장질환자 각별 주의를"

■ '코로나 사망' 잇따르는데...

확진자 대부분에 폐렴 생기지만

건강하면 별 증상 못느끼고 회복

기저질환자는 항바이러스제 써야

中 위중한 환자 10명중 2~7명꼴

폐·심장·신장·간 등 장기 손상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선별진료소를 찾은 호흡기 질환자들이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순천향대 천안병원‘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선별진료소를 찾은 호흡기 질환자들이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순천향대 천안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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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장기 입원했던 환자들의 비중이 크고 폐·심장·신장질환 등 만성적인 기저질환(지병)을 가진 경우가 많다.

초기 사망자 13명 중 7명은 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장기 입원자였는데 공통적으로 폐질환을 앓고 있었다. 다섯 번째 사망자는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 환자, 열세 번째 사망자는 신장이식 이력이 있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였다. 아홉 번째 사망자는 입원 당시 폐렴으로 폐가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고 열한 번째 사망자는 간이식을 받기 위해 한국에 온 몽골 환자였다. 열두 번째 사망자는 73세 고령에 당뇨병·고혈압을 앓고 있었다.


심각한 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였는데 몇 시간 만에 사망한 경우도 있다. 대남병원에서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바깥나들이를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빨리 갔다 오겠다”고 말했던 55세 여성(두 번째 사망자) 등이 그 예다.

◇폐 섬유화로 폐 기능 크게 떨어질 가능성 낮은 편=폐·심장·신장질환 등을 앓아온 경우 폐렴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돼 폐·심장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앞서 “고령이거나 (당뇨병·심장질환·폐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적극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쓸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바이러스가 증식해 조직과 면역체계를 망가뜨리고 가벼운 증상을 보이다 갑자기 심한 폐렴을 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지환 중앙임상위 총괄간사(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는 “국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의 경우 폐질환·만성신부전을 앓는 등 건강이 좋지 않고 면역기능이 저하된 상태였다”며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와 고령자가 생활하는 병원·요양원 등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혈압·당뇨병이 있는 경우 약을 꾸준히 먹는 등 혈압·혈당을 잘 조절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지만 평소 조절이 잘 안 되는 분, 폐·심장·간·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 (장기이식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등) 면역력이 떨어진 분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다른 폐렴과 매우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건강하고 젊은 환자의 경우) 폐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의료진이 깜짝 놀랄 정도로 폐가 하얗게 변한 폐렴이 생겼는데도 환자가 별 증상을 못 느끼고, 콧줄로 산소를 공급하며 안정시키면 회복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했다. 메르스 환자에서는 CT 영상에서 이 정도의 폐렴 소견이 있으면 자발적 호흡이 어려워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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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강한 코로나19 환자는 호흡에 별문제가 없거나 호흡에 약간 어려움이 있어도 자발적 호흡이 가능해 산소마스크 치료 정도로 회복된다. 확진자 대부분은 폐렴 소견을 보였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폐가 섬유화돼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도 낮다.

◇中, 경증·중증 확진자 95%에서는 사망자 없어=중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지난 17일 발표한 코로나19 환자의 증증도별 치사율(사망률) 통계에 따르면 4만6,000여명의 확진자 가운데 1,023명이 사망했다. 환자의 중증도는 경증 81%, 중증 14%, 심각 5%인데 심각 단계의 환자에서만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 중 49%가 사망했다.

반면 분당 호흡수가 30회 이상, 혈액·산소포화도가 93% 미만, 흉부 X선·CT검사에서 50% 이상의 폐 침윤(침범)이 있는 중증 환자는 치사율이 0%였다. 오 위원장은 “폐 침윤 50% 이상, 분당 호흡수 30회 이상이면 가벼운 폐렴이 아닌데도 그런 중증 환자 6,000여명 중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중국 통계를 보면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중국 코로나19 환자의 치사율은 2%대이지만 60대는 3%대, 80세 이상은 14%대다. 코로나19의 경우 젊고 건강한 확진자들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면역체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워 이긴 것이다.

중국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랜싯 호흡기의학’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망자는 생존 환자에 비해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이 나타나 기계적 인공호흡장치에 의존하거나 흡입산소농도(FiO2)가 60%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의 병세는 더 안 좋았다.

장기 기능손상이 나타난 환자도 적지 않았다. 폐 손상으로 인한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이 67%, 급성 신장손상이 29%, 심장손상 23%, 간부전 29%, 기흉 2% 등이었다.

위중한 환자 52명(평균 59.7세, 52%는 60세 이상)을 조사한 결과다. 이들의 흔한 증상은 발열(98%), 기침(77%), 호흡곤란(64%) 순이었다. 증상이 나타나서 집중치료실(ICU)에 입원하기까지 평균 9.5일이 걸렸다. 62%는 집중치료실 입원 후 평균 7일 만에 사망했다. 사망자의 평균 나이는 64.6세, 만성질환자 비율은 53%로 생존 환자(51.9세, 20%)보다 높았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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