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을 주력으로 해오던 현대그린푸드가 800여 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푸드센터’를 건립, 식품제조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급식·식자재 유통과 그룹사인 현대백화점의 노하우가 깃든 현대그린푸드의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을 선보이게 된다. 그동안 현대그린푸드는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보다는 급식에 방점을 찍었다면, 스마트 푸드센터로 보다 소비자 지향적인 식품기업으로 거듭나는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B2B·B2C 오가는 하이브리드형=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833억원을 투자한 ‘스마트 푸드센터’를 4일 가동에 들어간다. 끝 모를 불경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친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스마트 푸드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B2B(기업간 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소품종, 대량생산 등을 오가는 ‘하이브리드’다. B2B와 B2C 제품 생산이 함께 이뤄지는 ‘하이브리드형 팩토리 시스템’은 단체급식업계 단일공장 최초다. 통상 식품제조 공장들은 B2B와 B2C 제품 제조 시설을 각각 구분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한군데로 집약해 효율성을 높였다. 하이브리드형 팩토리 시스템의 강점은 다품종 소량생산과 부가가치 상승에 있다. 다품종 생산이 가능해, 300여종의 B2B·B2C용 완제품 및 반조리 식품을 하루 평균 50여톤(약 20만명분) 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 총 생산 가능 품목은 단체급식업계 최다인 1,000여 종으로 이는 단체급식업계 제조시설 평균(100~250종) 대비 3~10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주문에 따라 B2B와 B2C 제품의 생산 품목과 생산량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도록, 대량·소량으로 모두 생산 가능한 설비를 갖춘 셈이다.
◇주춤한 급식시장...HMR시장 출사표=급식에 노하우를 가진 현대그린푸드가 HMR을 겨냥한 것은 완성기에 진입한 국내 급식 산업과 꿰를 같이 한다. 국내 급식산업은 2000년대 성장기를 지나, 최근에는 성숙기 시장에 이미 진입했다. 규모의 성장을 기댈 수 없는 시장이 되면서 식품업체들은 급식의 부가가치와 함께 급식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B2C 시장으로 진출을 본격화하는 이유다. 국내 단체 위탁급식은 지난 2016년 4조3,000억원, 2017년 4조5,000억원, 지난해 5조원 규모로 성장세는 주춤하다.
반면 HMR은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1조5,438억원에 그쳤던 시장은 2017년 2조7421억원으로, 3년 사이 63% 성장했다. 2018년에는 3조2000억원, 2022년에는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HMR은 기존에 익숙하지 않았던 수산물 HMR, 안주 HMR 등으로 세분화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는 ‘스마트 푸드센터’를 통해 HMR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그린푸드는 B2C 시장 공략을 위해 프리미엄 HMR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 생산한다. ‘스마트 푸드센터’에서 생산가능한 품목(1,000여 종) 중 70%는 완전 조리된 HMR과 반조리된 밀키트 등 B2C 제품으로 채울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는 1973년 케터링 사업을 시작한 이래 50년 노하우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HMR인 ‘더테이블’까지 대량생산에서 고품질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구조다. 현재는 현대백화점에 납품하는 식자재 중 일부를 맡고 있지만 푸드센터 건립으로 보다 다양한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장점이다. 김해곤 현대그린푸드 전략기획실장(상무)은 “제품 개발 및 생산 프로세스 안정화를 통해 생산 가능 품목을 내년 상반기까지 1,200여 종까지 확대할 예정”이라며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육안으로 발견하지 못한 미세한 크기 금속이나 머리카락까지 광학 카메라를 이용해 검출할 수 있는 ‘광학 선별기’를 도입하는 등 품질에 만전을 기울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