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를 막으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에도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자금이 쏠리며 10년물 금리가 한때 연 1%를 밑돌았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연준의 빅컷(금리 대폭 인하)에도 불구하고 이날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나스닥 같은 주요 3대 지수는 전날 대비 각각 2.8~2.9% 하락한 반면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이날 10년물 채권금리는 장중 연 0.934%까지 추락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행된 첫 긴급 금리 인하의 약발이 듣지 않은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코로나19가 미국 경제를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음을 보여줬다”며 “채권 수익률 하락은 투자자들이 미국과 전 세계 경제가 빠르게 둔화할 것으로 믿는다는 가시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리스크와 도전에 직면했다”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보건전문가들이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QE)에도 거리를 뒀다. 이 때문에 연준이 시장에 공포감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월가에서는 0.5%포인트라는 큰 폭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되레 코로나19가 촉발한 공급쇼크(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계속되는 혼란에 시장에서는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로 0.5%포인트 인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1.00~1.25%로 제로금리에 가까워지고 있어 조만간 QE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도 있다. 티파니 윌딩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긴급 금리 인하라는) 충격과 공포 전략을 써야 할 만큼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의 빅컷으로 국내 채권시장 역시 요동쳤다. 4일 장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8.1bp(1bp=0.01%포인트) 낮은 1.029%로 마감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국고채도 7.2bp 빠진 1.299%로 장을 마쳐 1.3%를 하회했다. / 뉴욕=김영필특파원 이혜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