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이만희 총회장이 할 일

한기석 논설위원

신천지교 신도 피해자이자 가해자

그렇게 만든 책임은 이 총회장의 몫

모임 중지·정부 조치 순응 지시해야

박해받는 종교 지도자 부활 안될 말

한기석



지난 2일 경기도 가평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의 기자회견은 내 예상과 달리 진행됐다. 난 그가 천년왕국의 권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마귀를 쫓아내겠다며 큰소리칠 줄 알았다. 그는 최근 신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고 규정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광야에 나가 마귀의 유혹을 받자 “사탄아 물러가라”며 이를 물리쳤다. 이 총회장은 자신을 ‘대언의 사자(代言의 使者)’로 세상에 소개한다. 예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 사람이다. 그 정도 능력자라면 예수님과 똑같은 호통 한 마디로 신도들을 환난에서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하는 대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쇠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미수를 넘어 망백을 앞둔 노인이 큰절을 두 번이나 해내는 것을 보니 연세에 비해서는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런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국민에게 사죄했다. 신천지교회 내에서 그는 사실상의 재림 예수다. 마지막 때가 되면 재림 예수의 영이 이 총회장의 육신에 내려와 영육이 하나가 된다. 조만간 올 그때가 되면 재림 예수요, 그전까지는 최소한 선지자인 그가 고작 이런 환난도 예상하지 못했다니 그렇다면 그는 그냥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 모양이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변변치 못한 사람”이라며 자신의 실체를 고백한 순간 그는 더는 재림 예수도 선지자도 아니었다. 전지전능한 신인의 자리에서 보잘것없는 사람의 자리로 내려앉은 그때 그는 마귀를 쫓을 신묘한 능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코로나19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죄인이 됐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사죄라는 단어를 여러 번 외쳤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그에 합당한 벌도 받고 용서도 구할 수 있지 않겠나. 그가 자기의 죄를 진정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당장 온 국민의 눈앞에 닥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면 필요하기에 그의 잘못을 밝혀둔다. 신천지교회 신도들이 피해자라는 그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코로나19는 지난 2월18일 31번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진정하는 듯했다. 이후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결정적 이유는 신천지교회 신도인 31번 확진자가 신천지교회에서 예배하면서 여기에 참석한 수많은 다른 신도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신도들이 일반인에게 다시 전파한 데 있다. 이후에도 신도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밀집 대형으로 예배를 계속했고 정부가 신천지교회 시설을 모두 폐쇄한 뒤에도 곳곳에서 소모임을 이어가며 바이러스를 퍼트렸다. 신도들은 처음에는 피해자였지만 나중에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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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모두 이 총회장의 책임이다. 믿음을 믿는 종교의 특성상 더욱이 주류 종교의 시각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신천지교회의 교리 특성상 이 총회장에 대한 신도들의 충성심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적절한 조치만 취했더라도 이런 난리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놓고서도 기자회견장에서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니 매만 번 셈이 됐다. 이 총회장이 조금이라도 국민으로부터 죄 사함을 받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신도들을 향해 모든 모임을 중지하고 정부의 감염 여부 검사와 그에 따른 자가격리 등의 조치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응할 것을 육성으로 지시해야 한다. 심정으로는 그를 살인죄 혐의로 당장 체포해 단죄했으면 싶지만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사법당국이 그를 잡아 가두는 순간 그는 박해받는 종교지도자로 거듭나고 신도들은 더더욱 속세 권력의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부 신천지교회 신도들은 정부 조사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끊고 잠적해 있다. 국민들은 불안해한다. 이 총회장의 결자해지를 요구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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