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이 8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이례적으로 0.5%포인트나 인하한다는 방침을 내세우자 캐리트레이드를 겨냥한 외국인들의 수요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의 자금을 통해 금리가 비교적 높은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4%(45.18포인트) 오른 2,059.33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날 대비 2.38% 오른 641.73에 마감하며 강세를 보였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529억원을 순매수하며 장을 이끌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세를 보인 것은 지난달 21일 이후 8거래일 만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989억원의 누적 순매수를 보였다.
이날 외국인이 매도 랠리에 마침표를 찍고 매수로 돌아선 것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타격에 대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하는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에서 벗어난 만큼 이례적인 조치로 해석됐다. 이로 인해 달러 가치 상승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원화로 표시되는 국내 주식시장 종목들의 상대적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원40전 내린 1,187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간 강세 일변도로 흘러왔던 달러가 적어도 약세로 전환할 방아쇠가 마련됐다는 점”이라며 “아직까지 신흥국 시장의 캐리트레이드 환경이 부활했다고 선언하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적어도 환율 부문에서는 신흥국 자산에 관해 다르게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반도체·게임·통신주 등 이날 외국인이 주로 매수한 종목들도 강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3.61% 오른 5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이 253억원 순매수한 SK텔레콤(017670)은 6.04% 올랐으며 각각 237억원, 84억원 사들인 엔씨소프트(036570)와 넷마블(251270)은 6.04%, 7.16%씩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