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편의점 운영 허용하고도...공실 길어지는 지하철상가

1~8호선 396곳에 문 열었지만

'기존사업자와 협의' 단서조항에

지난달 말까지 네차례 입찰 유찰



지난 2월 25일 지하철 1~8호선 그룹별 복합상업공간 임대차 모집을 위한 입찰이 유찰됐다./캡처지난 2월 25일 지하철 1~8호선 그룹별 복합상업공간 임대차 모집을 위한 입찰이 유찰됐다./캡처



올해부터 편의점도 들어설 수 있게 된 지하철 복합상업공간이 3개월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더불어 편의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영업 중이던 다른 편의점 임차인의 협의가 필수조건이 되면서 흥행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에서 주관하는 지하철 1~8호선 복합상업공간(396개소) 임대차 입찰이 지난 2월 25일 유찰되면서 지하철 상가의 공실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공간은 편의점 GS25가 지난 2013년부터 카페, 베이커리 등 편의점 외 업종으로 임대업을 해오다가 낮은 수익성으로 지난해 말 영업을 포기한 곳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입찰 흥행을 위해 취급금지업종이었던 체인화 편의점을 올해부터 허용했다.
이번 입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사실상 4번째 유찰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12월, 첫 입찰 당시에는 지하철 6~7호선 386개소를 운영할 복합 문화·상업공간 임차인을 모집했으나 응찰한 업체가 없어 올 1월 초 재입찰을 진행했다. 두 번째 입찰전에서도 경쟁이 이뤄지지 않자 서울교통공사는 임대 공간을 기존 지하철 6~7호선(386개소)에서 10개를 추가한 지하철 1~8호선(396개소)으로 조정하며 두 번의 입찰을 추가 진행했지만 또다시 유찰됐다.
입찰전이 흥행하지 못하는 원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편의점 운영을 100% 허용한 초기 입찰 때와는 달리, 이후에는 편의점 운영에 단서 조항을 달았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1월 말, 임대차 공간을 1~8호선으로 넓힌 당시의 입찰 공고를 보면 ‘편의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승인한 자율규제협약에 따른 거리제한 기준 적용 및 기존 임차인과 합의 시 가능하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여기서 기존 임차인은 지난 1월 지하철 7호선의 편의점 40곳 운영권을 가져간 GS25를 말한다. 결국, 복합 문화사업공간 운영자로 낙찰되더라도 편의점의 운영 여부는 GS25의 손에 달리게 되는 불확실성이 생기면서 해당 구역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한을 둔 배경이 GS25의 입김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GS25는 지난 1월 지하철 7호선의 편의점 40곳의 운영권을 획득했지만, 최저입찰가보다 30% 높은 가격(275억원)에 가져가는 부담을 안게 됐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낙찰 후 일주일 안에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과 달리 GS25는 계약서에 확정하기까지 한 달이 걸린 만큼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높은 가격을 써낸 데다가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일반 상가에 다른 편의점이 들어오게 되면 GS25에 불리해지기 때문에 기준을 바꾼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편의점은 다른 사업과 달리 매장이 모여 있으면 상권이 겹쳐 서로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기본적으로 영업 환경과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입찰 조건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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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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