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 정부가 다수의 환자가 나온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 승객들을 군사시설에 나눠 격리하기로 했다.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HHS)는 이날 그랜드 프린세스호 승객들이 4개의 연방 군사시설로 옮겨져 의학 검진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14일간 격리된다고 밝혔다. 그랜드 프린세스호는 9일 샌프란시스코의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할 예정이며 미국 정부는 배에 탔던 승객과 승무원 3,533명 전원에 대해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521명(사망자 21명)이다. 당장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워싱턴주는 이날 21명의 신규 환자가 나왔다. 사망자 18명을 합쳐 총 13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욕주에서도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16명의 신규 환자가 추가돼 총 환자가 105명이라고 밝혔다. 현재 뉴욕주는 워싱턴주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주다. 감염자의 대다수(82명)가 두 번째 환자인 50대 변호사가 있었던 웨스트체스터카운티에서 발생했다.
수도인 워싱턴DC에서도 환자가 나왔다. 첫 환자는 지난 1817년 세워진 조지타운 지역의 성공회 교회 목사인 티머시 콜이라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DC 보건국은 잠정적인 예배 중단을 권고했고 이날 예배는 취소됐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그랜드 프린세스호에 탔던 주민들 가운데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환자만 88명이다. 코네티컷주와 아이오와주에서도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고 매사추세츠주는 15명의 환자가 새로 나왔다.
추가로 오리건주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곳은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뉴욕 등 총 8곳이다.
미 당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억제’ 단계에서 ‘완화’ 단계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미 공중보건위생을 책임지는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이는 지역사회가 더 많은 환자를 보게 될 것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