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웹툰’과 드라마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웹툰의 화제성과 기발함, 드라마의 전파력과 영향력이 어우러지면 인기가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가져온 결과다. 실제 ‘신드롬’에 준하는 효과를 보고 있는 작품도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JTBC ‘이태원 클라쓰’, 2014년 웹툰 열풍에 불을 지핀 tvN ‘미생’이 대표적이다.
이태원 클라쓰는 웹툰의 원작자 조광진 작가가 직접 대본을 집필하면서 그 효과가 극대화했다. 밤 10시 50분 방송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10%를 가뿐히 돌파하며 3주 연속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는 캐릭터 중심의 서사이고, 나는 원작자로서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은 사람이다. 또 원작의 부족함을 드라마를 통해 스스로 보완할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작가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원작 캐릭터의 느낌을 생생하게 살렸고, 스토리 부분은 오히려 웹툰보다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웹툰을 리메이크한 모든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높은 기대감을 받다가 베일을 벗고 난 뒤 시들해 지는 작품이 대다수다. 웹툰 누적 조회수 8억회에 이르는 인기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를 드라마화한 작품 OCN ‘타인은 지옥이다’는 첫 방송 최고 시청률 4.2%까지 오르며 뜨거운 화제를 불러 모았으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KBS2 ‘조선로코-녹두전’이나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등도 웹툰이 보장한 화제성에 비하면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원작이 잘 알려진 작품인 만큼 흥행의 기준이 높아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세’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쏟아지는 웹툰 원작 드라마에 ‘희비’(喜悲)가 갈리는 것은 결국 만화와 영상간의 간극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했느냐에 달려있다. 텍스트와 그림만으로 읽히는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컷과 컷 사이의 호흡이 다르고,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감정의 규모도 다르다.
좁은 고시원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스릴러물이었던 ‘타인은 지옥이다’의 경우 만화로 볼 때는 일정 수준의 긴장감과 공포감을 유발하는 수준이었으나, 영상으로 송출되니 카타르시스보다는 불쾌함이 앞섰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갈수록 혐오스러워지는 잔인한 장면에 결국 채널을 돌렸다.
드라마 시장에서 웹툰 원작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첫 방송한 유승호 이세영 주연의 tvN ‘메모리스트’는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참신한 ‘초능력 수사물’로 최고 시청률 3.8%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어 OCN ‘루갈’, KBS2 ‘어서 와’ 등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드라마가 웹툰을 넘어선 하나의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웹툰의 재미를 드라마의 문법으로 녹이려는 치열한 고민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메모리스트 안도하, 황하나 작가는 “원작이 가진 강렬한 재미를 완성도 높은 영상으로 옮기려 노력했다”며 “원작의 세계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있을 법한 초능력’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톤 앤 매너를 조절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원작을 효과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제작자들의 고민이 모여 웹툰 원작 드라마가 시장에서 진정한 ‘대세’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