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표심 쫓아 무리한 정책 강행...관료사회, 해묵은 불만 폭발

與-정부 충돌 무엇이 문제인가

오락가락 정책방향도 문제

코로나 비상시국 모두 공감

이해찬·홍남기 확전은 자제

文 "경제사령탑 신뢰" 격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거취를 언급해 물의를 빚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 회의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거취를 언급해 물의를 빚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 회의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추경 증액을 놓고 충돌한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 정책 수립을 놓고 관료사회를 배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료사회에서는 당이 표심을 쫓아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핑계 삼아 화끈한 ‘총선용 돈 풀기’에 나서려는 집권여당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이 홍 경제부총리의 ‘심야 긴급 메시지’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는 기본적으로는 정제된 기조를 견지하면서도 이 대표를 겨냥한 날 선 비판을 담고 있었다. 홍 부총리는 영국 경제학자인 앨프리드 마셜의 경구를 인용해 “지금은 뜨거운 가슴뿐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필요한 때”라고 적었다. 선심성 포퓰리즘에만 기대려는 당 대표의 발언에 작심하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정건전성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나가겠다”는 언급은 예산 편성과 집행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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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1일 집권여당 대표가 추경 확대에 소극적인 부총리를 질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재부 내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여당이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무작정 증액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재정당국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나랏빚’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당이 관료집단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당청이 정책의 ‘키’를 쥐고 재정당국 흔들기를 시도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청와대의 일방적인 지시가 하달되면서 기재부를 비롯한 각 부처는 여러 차례 혼선을 빚었다. 5일 정부는 형평성을 고려해 장애인 외에는 ‘마스크 대리구매’를 인정하기 힘들다고 못 박았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범위 확대를 지시하고 나서면서 불과 사흘 만에 만 80세 이상 노인과 10세 이하 어린이가 대리구매 대상자로 추가되는 일이 발생했다. 또 문 대통령이 “장·차관이 직접 현장을 챙기라”고 지시하면서 홍 부총리와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너도나도 자리를 비우고 마스크 공장으로 달려갔다. 코로나19로 경제에 전방위적인 타격이 가해지는 와중에 경제부처 수장들이 마스크 수급에만 정신이 팔려 정책 대응의 적기를 놓친 셈이다.

다만 현 상황이 전례 없는 비상시국이라는 점에 당정청이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홍 부총리와 이 대표의 갈등은 확전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은 경제사령탑을 신뢰하면서 경제전선의 ‘워룸’을 본격 가동해야 한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도 이날 경제·금융 상황 특별점검회의에서 “지금까지도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달라”는 격려를 전했고 이에 홍 부총리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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