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전통적인 금융의 틀에서 벗어나 금융업을 새롭게 정의하는 ‘관점의 대전환’을 꾸준히 외치고 있다. ‘고객 중심’을 최우선의 가치로 내걸고 크게 △디지털전환 △글로벌 사업 다각화 △업무 프로세스 혁신 △조직문화 재정립 등 각 부문별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취임 후 진 행장은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속도를 냈다. 각 은행마다 모바일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오픈뱅킹 시행에 맞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쏠(SOL)’을 개편해 핀테크로부터 ‘핀테크보다 더 핀테크적인 은행 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쏠은 연초 기준 1,1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해 진 행장 취임 이후 300만명이 추가 가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진 행장은 오픈뱅킹 시행에 앞서 통합자산관리서비스인 ‘MY자산’도 오픈했다. ‘MY자산’은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은행 계좌뿐 아니라 카드, 증권, 보험, 연금, 부동산, 자동차 등 흩어져 있는 모든 자산을 신한 ‘쏠’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적금과 채권형 투자상품을 조합해 목표기간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목돈마련’ 서비스 등도 장착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진 행장의 ‘글로벌 리스크 관리와 선택적 자산 성장’ 전략도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20개국 162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만도 6개 지점을 추가로 개점해 베트남의 외국계 은행 중 최대 규모인 36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신한은행은 지난해 2조3,292억원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외형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의 교육도 병행중이다. 진 행장은 최근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국내외 감독기관의 규제 및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톰슨 로이터사’의 교육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해외점포 주재원들과 본점 컴플라이언스 업무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시작해 업무역량 역시 높여가고 있다.
‘포용금융’의 일환으로 자영업자 지원책도 확대하고 있다. 진 행장은 지난해 9월 ‘신한 SOHO 성공지원 센터’를 서울 3개 지역에 열고 자영업자 고객 지원을 강화했다. ‘신한 SOHO 성공지원 센터’는 경영 관련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창업을 준비중인 예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금융·경영·상권·창업 관련 상담과, 외부 전문가를 통한 전문컨설팅을 제공한다. 성공한 자영업자의 일대일 멘토링과 함께 신한 SOHO사관학교, 성공 두드림 맞춤교실 등 교육프로그램을 개인별로 맞춤 지원까지 진행하고 있다. ‘신한 SOHO 성공지원 센터’는 기존 금융권에서 운영하던 컨설팅 센터와는 달리, 신한 SOHO사관학교 수료 고객 중 경영 개선에 성공한 자영업자가 직접 멘토로 참여해 실질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과 조직문화 재정립을 통해 ‘고객 중심’의 영업문화를 정착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반복적으로 진행하는 업무들을 로봇 PC가 대신 수행하는 ‘RPA프로젝트’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5년간 최소 92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은행 문화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6월 진 행장은 행원·대리급 이하 여직원들에게 적용되던 유니폼 제도를 폐지했다. 자율복 착용을 통해 창의적 사고와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직급간 차별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련의 혁신 조치들은 결국 ‘고객 우선’ 전략으로 통하고 있다. 진 행장은 고객중심 경영 강화를 위해 매주 임원회의 시작 전 ‘고객불만 VOC’를 직접 청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원회의에 ‘고객 민원’ 안건을 상정하고, 개선방안을 토론해 실질적인 경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진 행장은 소비자보호가 은행업의 본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 체계 역시 ‘같이성장 평가제도’로 개편했다. 수수료 수익보다 고객 수익률을 우선으로 평가하겠다는 목표다. 연초부터는 영업점 암행점검을 기반으로 ‘투자상품 판매 정지’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사실상 완전판매가 아니면 투자상품을 팔지 않겠다는 의지다. 진 행장은 “‘고객 우선’이 저변에 확대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며 “1만8,000여 직원들이 모두 인식할 때까지 ‘고객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점’을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