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마켓

연준, 회사채 시장도 지원...금융위기 조치 뛰어넘었다

美 무제한 양적완화 돌입

가계·기업 신용지원 3개 기구 설치

이번주만 국채·MBS 6,250억弗 매입

1조弗 경기부양법안 놓고 충돌

공화-민주당 합의 가능성도 커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준은 23일 긴급 보도자료를 내놓고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 무제한 매입 등에 나선다고 밝혔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3일(현지시간) 오전 전격적으로 추가 유동성 공급 조치를 발표한 것은 지난주 말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한층 높아진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 경색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고위험 기업부채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충격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회사채 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내용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채 관련 기구를 설치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대목이다. 연준은 회사채 발행시장 기업신용기구(PMCCF)를 통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한편 유통시장 기업신용기구(SMCCF)를 통해 이미 발행된 회사채가 유통시장에서 원활히 거래되도록 할 방침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운영했던 기간물자산담보대출창구(TALF)도 설치해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을 지원할 계획도 내놓았다. 연준은 이들 3개 기구를 통해 총 3,000억달러(약 38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연준은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른바 양적완화(QE)를 무제한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연준은 15일 총 7,000억달러 한도에서 국채 및 MBS를 매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날 다시 필요로 하는 만큼 매입한다고 밝혀 사실상 무제한 QE 방침을 밝혔다. 연준은 당장 이번주에 3,750억달러어치의 국채와 2,500억달러 규모의 MBS를 사들일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준의 이 같은 조치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의 조치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연준이 사들이려는 자산 규모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는 파격적 조치”라고 보도했다.

급박한 금융시장의 사정에 발맞춰 연준의 대응도 다급해지면서 미국 의회에서도 1조달러대의 경기부양 법안을 놓고 파열음을 낸 공화당과 민주당이 전격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합의가 매우 근접했다”며 “이날 중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WP에 따르면 전날 미 상원에서는 부양책 처리를 위한 표결을 할지 묻는 절차투표가 찬성 47 대 반대 47로 부결됐다. 절차투표가 통과되려면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 의원 5명이 코로나19로 격리돼 있어 찬성표가 특히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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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과 민주당이 가장 크게 부딪힌 대목은 기업대출이다. 공화당은 5,000억달러(약 639조원)를 코로나19 피해기업 대출과 대출보증에 쓸 계획인데 재무부가 수혜기업 선정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민주당 생각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뇌물을 뜻하는 ‘슬러시펀드(slush fund)’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원책과 관련해 므누신 재무장관은 “부양책에는 4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연준의 기업 유동성 공급 방안이 포함돼 있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다음 90일에서 120일을 버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근로자 보호 문제도 제기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들의 경우 고용유지요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 공화당 법은 정부 지원의 조건으로 3월13일 현재 고용을 유지하되 ‘실행 가능한 정도까지’라는 조건을 달았다. 문제는 ‘실행 가능’이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다만 경제상황이 심각해 무작정 처리를 미룰 수도 없어 양측이 극적 합의에 다다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하원에서 자체 법안을 만들 것”이라며 시간을 끌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24시간 내 합의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미국이 그것을 원한다”며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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